‘중처법’ 헌재서 위헌 여부 가린다

■ 첫 본안심리 이례적 신속결정

‘중기 헌소’ 전원재판부에 회부
안전관리체계구축 등 개념 모호
명확성·평등원칙위배 집중심리

기업들 “과도한 처벌은 위헌”

헌법재판소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청구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을 내리면서 중처법의 위헌성에 대한 심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 단체와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청구한 중처법 위헌 확인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지난 9일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되면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전원재판부로 사건을 보낼지를 결정한다.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은 사건 청구 등에 부적법성이 없다는 의미로 앞으로 9명의 헌법재판관들이 중처법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2022년 1월 시행 당시부터 위헌 논란이 있었던 중처법에 대해 헌재의 본안 심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중처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 A 씨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법에 위헌 요소가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중소기업계는 헌재가 본안심리 결정을 신속하게 결정한 점을 긍정적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한 중기업계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보통 부적합 여부를 30일 동안 심사하는데, 접수 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난 것은 헌재가 중처법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헌재가 중처법의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 부여와 과도한 처벌에 대해 반드시 위헌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중처법 조항들이 명확성, 과잉금지,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배했는지를 헌재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을 명시한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인들을 과도하게 처벌 위험에 빠뜨리면서 기업가 정신을 해치는 중처법은 위헌”이라며 “특히 한 명 이상의 사고가 나면 대표가 1년 이상의 징역 처벌을 받는 조항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또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및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는 중처법 4조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도 주요 심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중처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공개변론 개최 여부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처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매듭을 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헌법소원심판 청구에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지난 1월 27일부터 중처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참여했다.

정선형·박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