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려다 아이들 눈에 밟혀 오지 진료”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2 11:48
  • 업데이트 2024-04-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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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손주 돌보듯… 지난 18일 경북 봉화군 봉화해성병원 소아청소년과 병실에서 이동구(오른쪽) 과장이 입원한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봉화군 참의사’ 이동구 과장

봉화군, 작년 7월 소아과 신설
5개월간 전문의 못구해 발동동

李 “고향 아이들 의사 되주고파”
“평생 잊지 못할 일…가슴 뿌듯”


봉화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은퇴하려다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지원했습니다. 손주 같은 고향 아이들을 위해 진료 봉사를 하는 평생 잊지 못할 일을 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지난 18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봉화해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서 만난 이동구(66·전문의) 과장은 “큰 도시에서 일할 때보다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고향에서 아이들을 진료해 감회가 남다르고 일할 맛도 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과장은 봉화군 최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산간 지역인 봉화군에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병·의원이 없어 주민들은 인근 영주시나 안동시로 진료 원정을 떠나야 할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

군은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병원 측과 협의, 지난해 7월 소아청소년과를 신설했다. 앞서 지난해 초 전문의 모집 공고를 내고 수소문도 했으나 약 5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대도시에 비해 생활여건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 과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과장은 “의사들이 이용하는 전문사이트를 통해 고향에서 전문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며 “봉화군에는 소아·청소년이 매년 급감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열·설사 증세를 보이거나 심지어 콧물만 흘려도 부모는 큰 걱정을 한다”며 “다른 지역 원정 진료 부담이 줄어 안도하는 부모를 보면 의료취약지에도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루 약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며 토·일요일은 격주로 일한다. 그의 부인도 흔쾌히 승낙해 병원 근처로 이사했다. 이 과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서 개업했으며 9년 동안 경남 거제시의 한 병원에서도 근무했다. 이 과장은 “도시에선 병원 유지를 위해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며 “이 병원에서는 하루 10∼20명 정도가 찾아 환자를 세심하게 살피고 보호자에게 상세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생을 고향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보살피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시골의 경우 저출생으로 아이들이 줄고 있어 소아청소년과를 개업할 의사가 있을 리 없다”며 “의료취약지역에 병원급이 아니더라도 개업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1개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기초지자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시설·장비 약 2억 원에 운영비로 매년 2억5000만 원을 국비로 지원하며 병원급이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여전히 전국 27개 기초지자체가 의료취약지로 남아 있다. 경북과 강원 각 5개, 전남 4개, 경기와 전북 각 3개, 충남과 경남 각 2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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