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t급 해경 퇴역함정, 갈라파고스 해역 경비 ‘새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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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에 무상양여 약정 체결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맡게돼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난 30년간 우리 바다를 지킨 해양경찰의 3000t급 대형 함정이 에콰도르 해군에 넘겨져 지구 반대편 남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를 지키는 새 임무를 맡게 된다.

25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김종욱 해경청장과 히안카를로 로프레도 에콰도로 국방부 장관은 경비함정 3001함(사진)의 무상 양여 약정서에 서명했다. 3001함은 해경 최초의 3000t급 대형 함정으로 1994년 부산해경서에 배치돼 우리 해역 수호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달 11일 퇴역했다. 그동안 3001함이 항해한 거리만 지구 15바퀴다.

이날 에콰도르 해군에 인계된 3001함은 국내 한 민간조선소에서 기본적인 정비와 수리를 받고 오는 11월 자력으로 에콰도르로 출항한다. 선박 수리와 새롭게 장착할 무기체계에 대한 비용은 에콰도르 정부가 부담한다. 이후 3001함은 에콰도르 해군에 배속돼 19개 화산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 주변 해역에서 불법조업 차단과 마약 및 해상범죄 단속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는 멸종위기종인 자이언트거북·고래상어·바다이구아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지구환경의 보고다. 최근에는 대규모 선단을 이룬 외국어선이 이곳 해역까지 침범해 불법조업을 일삼아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이곳 해역에서 고래상어 등을 불법 포획한 22척의 중국어선을 단속했다.

해경은 에콰도르 정부에 함정을 무상 양여하면서 운영 요원에 대한 항해교육과 함께 불법조업 선박에 대한 단속 노하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해경은 매년 평균 60여 척의 국내 선박이 이곳 해역을 통항하는 만큼 유사시 에콰도르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기대했다. 김 청장은 “3001함은 우리 정부가 해외에 양여한 함정 중 최대 t수의 함정이다”며 “에콰도르 해양안보는 물론 세계자연유산인 갈라파고스를 보호하는 파수꾼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