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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덩이즘
헤더 라드케 지음│박다솜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엉덩이. 우리 몸의 일부인 이것에 우리는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가 엉덩이를 내보이고 추는 춤에 웃음이 터지고 할리우드의 유명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은 엉덩이가 부각된 사진으로 스타가 됐다. 한편으론 매번 변하는 유행 속에 여성들은 자신의 엉덩이가 너무 크거나 작다는 이유로 수치심을 느낀다. 웃기고, 수치스럽고, 흥미롭기도 한 이 신체 부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이 책 ‘엉덩이즘’은 담았다.
인간이 엉덩이에 집착하게 된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근육과 지방을 결합한 큰볼기근, 우리가 엉덩이라고 부르는 이 부위가 이렇게 큰 동물은 지구에서 인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유달리 큰 엉덩이 근육은 장거리 달리기에 특화되도록 해줬다. 약 190만 년 전 고인류가 최초의 엉덩이를 가진 이후부터 이들은 큰볼기근 덕분에 지치지 않고 몇 ㎞나 사냥감을 쫓을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측한다.
‘엉덩이 인문서’를 표방한 책인 만큼 역사를 시작으로 엉덩이에 덧붙여진 혐오, 차별의 시선까지 두루 다룬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성적 매력으로 여겨짐과 동시에 다수의 여성에게 좌절을 안겨주기도 한 애증의 존재임을 짚는다. 여성 의복이 발전한 19세기 유럽에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엉덩이’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았고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만, 최근 자기관리와 운동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 선정적인 이미지로 귀결된 엉덩이가 아닌 멋지고 단단한 엉덩이라는 새로운 관념이 탄생했고 누구나 원한다면 크기와 관계없이 탄탄한 엉덩이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끊임없이 언급되는 엉덩이는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성적 대상화가 만연했던 시대를 거쳐 신체 긍정주의로 나아가는 현재까지의 과정이 우리 뒤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400쪽, 2만2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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