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보단 인물, 리얼리티보단 판타지… 돌아온 ‘수사반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사반장 1958’

70·80년대 원작과 달리 1958년 배경… 고난딛고 성장 영웅담 강화

‘수사반장’이 돌아왔다. 6070세대에는 전설의 드라마로, 3040에게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언급되는 드라마로 기억되는 이 작품은 ‘수사반장’ 이전 시대를 다루는 프리퀄인 MBC 금토극 ‘수사반장 1958’로 재탄생됐다. 원작의 주인공인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았던 배우 최불암이 특별출연한 1회 시청률은 10.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원작에 대한 향수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4회까지 방송된 ‘수사반장 1958’은 원작과는 장르적으로 다른 질감을 가졌다. 1971∼1989년, 18년간 방송된 ‘수사반장’은 정통 범죄 수사극이었다. 강도, 사기, 납치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치밀한 수사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한국형 수사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처럼 원작이 ‘사건’ 위주로 진행되며 이를 해결해가는 형사들의 인기가 치솟았던 반면, ‘수사반장 1958’은 ‘인물’이 앞서는 모양새다. 원작에서 각각 배우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 김호정(사망 후 남성훈)이 연기했던 박영한, 김상순, 조경환, 서호정 역은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가 맡았다. 1, 2회는 정의감에 불타는 박영한, ‘똘기’ 충만한 김상순, 항우장사 같은 힘을 가진 조경환, 그 시대 드물게 과학 수사를 추구하는 서호정이 만나 P4(폴리스 4)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들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도 리얼리티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박영한이 독사가 가득 담긴 자루를 들고 혈혈단신 깡패 소굴로 들어가 두목을 체포하고, 종남경찰서 수사1반으로 뭉친 P4가 경찰서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은행강도를 잡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종남경찰서에서 유일하게 정의감을 갖고 있는 유대천 반장은 P4를 각각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에 비유하며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다.

195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수사반장 1958’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 사회는 혼란스럽다. 이정재와 같은 정치깡패의 등장, 그들에게 굴종하는 부패경찰과 이에 기댄 불량배들이 활개친다. 모두가 서슬 퍼런 권력과 폭력 앞에 엎드린 시대, “이런 세상에 나 같은 놈 하나는 있어서 나쁠 건 없지 않습니까?”라는 P4의 대사가 수차례 등장하는 건 소수의 의식 있는 이들이 시대를 바꿔간다는 ‘수사반장 1958’이 제시하는 주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낸다. 박영한이 민간인 총살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학도병 출신이라는 설정 역시 그 시대의 아픔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난을 딛고 성장하는 영웅담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변주된 장르로 원작 팬을 설득시키는 것이 ‘수사반장 1958’의 숙제다. 10.1%로 출발한 시청률이 4회에서 7.1%로 하락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역대 tv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여파라 볼 수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수사반장 1958’은 로맨스 요소도 넣는 등 원작과 달리 가벼운 분위기로 가고 있다. 원작과 다른 질감이지만 성패는 이런 ‘방향성’이 아니라 ‘완성도’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