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을 일[유희경의 시:선(詩:選)]

  • 문화일보
  • 입력 2024-05-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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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줘. 다음으로 넘어가는 때, 어떤 것은 너무 빠르고 / 어떤 것은 너무 느리다는 것. 기억되는 날이 드물지만 많아진다는 것. 축하해보자. 대답을 바라는 사람에게 기다림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너의 믿음이 점점 더 공고해진다는 것.’

- 나혜 ‘두르고’(시집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



쓰기를 업으로 삼은 지 십육 년이 되었다. 부끄럽게도 여전히 쓰기 앞에서 헤맨다. 마감이 코앞인데 백지상태인 ‘잠재적 원고’를 두고 있노라면, 백지는 앞에 놓인 종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쓰기의 대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긴커녕 한숨의 대가가 되어버렸다.

이번 마감은 유독 혹독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오리무중이었는 데다가, 이중삼중 여러 마감이 겹친 탓이었다. 과연 나란 사람에게 ‘시인’이란 자격이 유효하기는 한가. 고민과 절망을 거듭하면서도 기어코 또 마감을 해내었다. 아니, 모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의 괴로움을 지켜본 목수 친구는 자기 일인 양 기뻐했다. 그간 내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폭발하기 직전의 버섯 같았어.” 나는 웃지 못했다. “폭발하기 직전의 버섯”이 무엇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십육 년이나 글을 써왔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갈수록 난감하다. 나무를 다루는 너의 능숙한 손기술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의 푸념을 듣던 그는, “무슨 소리야. 사람 나이로 이제 열여섯 살인데. 그럼 사춘기잖아” 하고 대꾸한다.

“축하해.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네.” 그가 덧붙인 말은, 내내 마음에 남았다. 중년에 다다라가지만, 작가로서는 청년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열여섯 어린 나를 떠올려보면 무궁한 기회가 있었다. 나는 밤하늘 별처럼 가득한 나의 가능성을 헤아려보며 몰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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