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대응部의 성공 요건[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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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3일에는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실 설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도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구상에 대해 “전향적으로 찬성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구상을 밝히면서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할 때 기존에 있는 부처만 갖고는 곤란하다고 해서 경제기획원을 설치해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경공업부터 중공업, 첨단 산업까지 고도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를 구상하면서 과거 경제 개발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 모델을 참고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얼핏 보기에는 윤 대통령 발상(發想)에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경제 개발이 국정 전 영역과 관련 있는 어젠다였던 것처럼 저출생 문제도 사실상 국정의 모든 분야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을 짓누르는 ‘난제(難題) 중의 난제’인 저출생 문제가 부처 신설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정부 조직이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경제기획원은 부총리 부처라는 권위와 정책 기획 및 예산 편성권이라는 막강한 역할을 활용해 다른 부처 위에 군림했다. 그러나 앞으로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장관급)이 취임한 뒤 ‘친정’인 기재부에 이런저런 협조 요청을 했지만, 실무자 협조를 원활하게 끌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에서는 저출생대응기획부가 기존에 있던 저고위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법무부·기재부 등의 일부 기능을 이관받아 ‘초거대 공룡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저출생대응기획부가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의 권위를 흔들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을 총동원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예컨대 앞으로 10∼20년간 300조 원이면 300조 원, 500조 원이면 500조 원 등 과감한 재정 투입을 하겠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다. 컨트롤타워는 경제 총괄 부처인 기재부에 맡기고, 확실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통해 성과 관리를 해나가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 수석을 신설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하늘 아래 그보다 해결하기 쉬운 문제도 별로 없을 것이다. 윤 정부 임기가 3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처 신설 등으로 저출생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하책(下策)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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