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현금 살포의 반면교사[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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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딱 4년 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창궐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과 민간소비 위축, 자영업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예산으로 지급했다. 많게는 100만 원(4인 가구), 적게는 40만 원(1인)까지 선불카드, 신용카드 포인트, 지역상품권 형태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국민에게 나눠줬다. 경험해보지 못한 역병 창궐 앞에서 붕괴 위기의 경제 시스템을 지킨다는 명분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이 현금 살포로 특이하게 이득을 본 분야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국내 한우 농가들이다. 한우는 당시 수급 조절 실패로 2018년부터 마릿수가 급증하고 있었다. 수요절벽이 발생해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선 암소 감축을 농가에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현금 살포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현금을 손에 쥔 사람들이 식당으로 가 한우를 사 먹은 것이다. 한우 업계에서도 당시 재난지원금 지급은 새로운 한우 수요를 창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 이전까지 한우는 비싼 식재료로 서민들이 먹기 쉽지 않았지만, 재난지원금이란 ‘공돈’으로는 한 번 사 먹을 만했다. 재난지원금이 한우 소비 저변 확대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현금의 힘은 오래가지 못했다. 쓰러지는 산업을 세우는가 싶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당시 사육 두수를 조절해야 했던 농가들은 ‘재난지원금 특수’에 취해 사육 두수를 줄이지 않았다. 이는 지금의 한우 도매가격 하락 장기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예산의 현금 지급은 매우 이례적 상황에서 이뤄졌고,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전 세계가 수요 확대를 위해 현금 지급 등의 긴급처방을 단행하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했지만,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 고물가 상황을 만들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추경 편성까지 하며 현금을 지급했지만 ‘한우 소비 저변 확대’ 및 한우 시장 왜곡이라는 기대하지 못한 효과 이외엔, 목표로 한 내수 부양 등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KDI(KDI 정책포럼 2020년 12월 24일)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평가에서 ‘소득분위 등의 간접적인 기준보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 정도에 맞춰 소득지원(현금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금 지원을 해야 한다면 외과수술식으로 적재적소, 특정 계층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을 위해 갖가지 이유를 만들고 있다. 재정건전성 운운하는 행정부를 뛰어넘기 위해 ‘처분적 법률’ 등 가당치 않은 명분을 계속 생산 중이다. 정말 현금성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한 분야가 어느 곳인지 민주당은 제대로 파악해서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힘들다고 한다’는 느낌만으로, 총선 결과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라는 식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재정 집행을 해선 안 된다. 소고기 사 먹자고 또, 무차별 돈 뿌리기를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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