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로봇이 분리돼 사는 행성… 함께 공존 찾아 떠나는 모험[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7 09:06
  • 업데이트 2024-05-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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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베키 체임버스 지음│이나경 옮김│황금가지


급속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있다. 대화형 AI 기술에 놀라면서도 부정확한 답변이 조롱거리가 된 지 수개월 만에 서로 다른 AI가 각각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심란함을 감추지 못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하게 될까? 그런 뒤에 로봇은 자아를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게 될까? 디스토피아적 상상의 범람이다.

그러나 휴고상을 2번 수상하고 네뷸러상과 로커스상 등을 모조리 석권하며 과학소설(SF) 문단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베키 체임버스의 상상력은 디스토피아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펴낸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이후 자아를 가진 로봇과 인간이 분리돼 공존을 이루는 세계를 그린다.

체임버스가 펴낸 2권의 시리즈 중 1권 ‘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는 그에게 두 번째 휴고상의 영예를 안겼고 2권 ‘수관 기피를 위한 기도’는 로커스상을 수상하며 완결성 있는 시리즈의 탄생을 알렸다.

소설 속 세계로 설정된 위성 ‘판가’의 사람들은 기후 위기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은 뒤 정확히 행성의 절반만을 개발하며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도시다운 도시의 모습을 갖춘 곳은 ‘시티’뿐으로 인류가 생활하는 판가의 절반도 대부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개발이 조절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를 이룬 ‘전환기’에 또 다른 격변은 자아를 갖춘 로봇들이 함께 미래를 그리자는 인간의 제안을 거절하고 판가의 비인류구역(자연)으로 이주한 것이다. 그렇게 소설 속에서 인간과 로봇은 같은 세계에 분리되어 존재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인 수도승 덱스는 ‘시티’가 주는 안락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연의 소리인 ‘귀뚜라미 소리’를 찾아 나선다. 아무도 권한 적 없는 모험을 떠나는 덱스 앞에 인간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로봇 ‘모스캡’이 등장하며 소설은 본격적으로 그들의 여정을 그린다. 처음에는 모스캡을 불신하고 경계하던 덱스가 모스캡을 의지하게 되고 서로가 인간과 로봇이라는 범주를 넘어 소중한 존재로 스며드는 과정은 감동을 자아낸다.

이처럼 소설은 자아를 가지게 된 로봇을 더 이상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만 존재하거나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오히려 로봇은 소중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주체로 정의된다.

이와 같이 멈춰 세울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두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는 장르가 ‘솔라 펑크’다. 2008년 처음 제시된 개념은 2019년 “지속 가능한 문명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그런 문명을 이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솔라 펑크 선언문’으로 발전했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예술의 선봉에 서 있다. 장르의 혁신성만큼이나 세심한 서술도 눈에 띈다. 논 바이너리로 표현되는 수도승 덱스를 비롯해 성중립적 표현을 곳곳에 배치한 작가의 섬세함은 작품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며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속에 깃든 희망을 넘치게 보여준다. 408쪽, 2만4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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