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경직·범법자 양산…26년 된 ‘낡은 파견법’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0 12:12
  • 업데이트 2024-05-2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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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투자 · 일자리 악영향”
32개 업무 한정… 경쟁력 저하


1998년 도입돼 파견대상업무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유지돼 온 현행 파견법이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인력수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파견법을 사내하도급에 적용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늘면서 26년 된 ‘낡은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위아, 금호타이어, 남해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12건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대법원 판결 기준)에서 총 9건이 불법파견으로 결론 났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수급한 기업을 범법자로 전락시키는 판결이 많아지는 건 큰 문제”라며 “불법파견 판결이 나면 기업은 소송을 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파견대상업무를 32개 업무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파견법은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기업 117개 사를 대상으로 한 ‘파견 희망 업무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41개 사) 중 제조업체의 81%는 파견허용 대상 업무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파견법은 경비·청소·주차관리 등 32개 업종에 한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는 파견근로자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이 인력과 업무를 외부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경영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업과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 수요와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이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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