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도 피해가는 우크라이나... 철새 이동경로 전쟁 전후 바뀌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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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항라머리검독수리 animalia.bio 캡처



이전보다 85㎞ 더 이동
새들 번식에 영향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를 맞은 가운데 멸종위기종 철새인 항라머리검독수리가 이동 경로에서 우크라이나 지역을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BBC방송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생명과학대학과 영국 조류학 트러스트 공동연구팀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항라머리검독수리의 이동경로가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스와 남수단 지역 수드 습지에 서식하다 매년 봄 벨라루스 지역으로 이동해 번식하던 항라머리검독수리는 과거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날아왔으나 최근에는 이 길을 피하거나 머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중간 기착지에 들른 독수리는 2018~2021년 18마리(90%)였으나 2022년에는 6마리로 줄었다. 특히 독수리들이 많이 이용하던 폴레시아 인근 우크라이나 기착지의 경우 2022년에는 단 한 마리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동하는 새들에게 중간 기착지는 음식, 물, 쉼터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장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항라머리검독수리는 이 과정에서 과거보다 약 약 85㎞를 더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시간도 암컷은 전쟁 전 193시간에서 246시간, 수컷은 125시간에서 181시간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새들의 경로 변경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의 연구원 찰리 러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분쟁이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GPS가 부착된 개체 중 전쟁으로 인해 실종된 개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종의 감소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들이 번식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만들어 이들의 짝짓기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짐 레이놀즈 버밍엄대 조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이 종의 이동 생태를 근본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렇게 취약한 종의 경우 번식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항라머리검독수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분류한 대형 맹금류로, 동남아, 중동, 지중해, 동아프리카 등에서 겨울을 보낸 뒤 번식기에는 중앙·동유럽, 중앙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일부 등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도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박준우 기자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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