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 ‘고국이 곁에 있구나’ 느끼도록… 문턱 더 낮추고 소통할 것”[현안 인터뷰]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4 09:09
  • 업데이트 2024-05-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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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달 18일 인천 연수구 재외동포청 청장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재외동포와 모국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내달 취임 1주년 앞둔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과거엔 보호·지원에 머물렀다면
이젠 모국과 동반성장 목표로 해
정책수립·사업이행 일원화 성과

외국 교과서에 韓발전 수록 추진
자긍심 고취하는 최대 역점사업
주류사회 진출 유리하게 도울것

총선때 선관위-재외공관 가교役
재외선거 참여율 제고방안 고민



“일평생을 외교관으로 지내면서 우리 동포가 외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 고국이 내 곁에 있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동포 여러분을 보듬는 재외동포청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외동포청 출범 1주년을 앞둔 이기철(67) 재외동포청장의 각오다. 약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를 아우르는 재외동포청 설치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거쳐 지난해 6월 정식으로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 잡았다. 지난 1년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고 이 청장은 회고했다. 향후 5년간 동포정책 청사진이 될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선거관리위원회와 재외공관을 잇는 가교 역할도 했다. “문턱 낮고 소통하는 재외동포청, 재외동포들의 손톱 밑 가시를 빼 드리는 재외동포청을 만들겠다”는 이 청장에게 그간의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재외동포청이 어떻게 출범한 기관인지 간단히 소개해달라.

“708만 재외동포의 오랜 염원과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으로 지난해 6월 5일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업무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본청은 인천 송도에, 통합민원실은 서울 광화문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주된 역할은 재외동포의 보호·지원,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 재외동포와 본국 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기존 재외동포재단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나.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과거 재단 시절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정부가 재외동포를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혜적 성격이었다. 재외동포청 출범으로 재외동포와 모국 간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정부는 재외동포가 거주국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도와주고, 영향력이 강해진 재외동포는 모국을 도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개념이다. 둘째, 과거엔 외교부가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재외동포재단은 사업을 이행했다. 재외동포청 출범으로 정책 수립과 사업 이행이 일원화돼 더욱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업무는 뭔가.

“재외동포정책의 시작은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동포사회의 요청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핵심 사업은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상을 외국 교과서에 수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현지에서 태어난 우리 차세대 동포들이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면 모국에 대한 자긍심이 고취되고 한인 정체성이 확립될 것이라고 본다. 또 현지에 한국의 자랑스러운 발전상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외국인과 지역사회에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궁극적으로 우리 한인 차세대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외국 교과서에 담길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상은 어떤 것일까.

“대한민국이 과거 피식민지 국가 중 유럽 평균 수준의 민주화와 유럽 평균 수준의 경제 발전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다. 이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다. 더구나 이러한 발전을 선진국들보다 훨씬 짧은 불과 60년 만에 달성했다는 점, 식민지 수탈과 빈약한 천연자원, 6·25전쟁, 북한의 위협 등 가장 불리한 여건 아래에서 달성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K-팝이나 K-컬처 대신 한국의 발전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K-팝이나 K-컬처가 호감도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에 대한 선호가 국가적 신뢰와 위상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상이야말로 한국에 대한 국가적 신뢰와 위상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소재다. 서방 국가들의 잘못된 인식을 직접적으로 수정할 수 있고, 한류 확산과 한국 상품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차세대 동포 정체성 함양’과 ‘주류사회 진출 지원’이란 재외동포청의 2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소재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사할린·고려인 동포,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정책은.

“특별법에 따라 사할린 동포와 그 동반가족의 영주귀국과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법 개정에 따라 동반가족의 범위가 직계비속 1명에서 자녀로 확대됐다. 러시아·구소련 지역의 고려인 동포도 지원하고 있다. 고려인들의 거주국에서의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을 위한 법률 지원 사업,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 지원사업, 한인 정체성 강화를 위한 사업 등을 추진해 고려인 동포의 권익증진과 생활 안정을 돕고자 한다. 베트남으로 귀환한 한·베 가족과 자녀도 지원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중 혼인관계를 해소하고 자녀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귀국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 국적 자녀의 경우 체류자격이 불안하고 정규교육의 기회도 제한되어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 강화는 어떤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재외동포의 거주국에서의 지위 향상,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동포 거주국 정부의 지지 견인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의 상품 수출과 해외 진출 지원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의 공동발전을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과 인류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지난달 4·10 총선이 있었다. 재외국민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거에 참여했나.

“재외투표는 국내 투표와는 달리 선거인의 사전 신고·신청이 필요하다. 선거일 60일 전까지 인터넷 홈페이지, 재외공관, 구·시·군청을 통해 신고·신청한 선거인을 대상으로 재외선거인명부와 국외부재자신고인명부를 작성한다. 이 명부에 등재된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공관에서든 재외투표기간 중 투표가 가능하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주민등록이 있는 ‘국외부재자’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에 모두 참여할 수 있지만, 주민등록이 있지 않은 ‘재외선거인’은 비례대표 선거만 참여 가능하다. 명부에 등재되어 있지만 재외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귀국한 선거인은 선거일까지 귀국투표신고를 하면 국내 주소지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재외동포의 정치 참여는 어떤 의미가 있나.

“재외선거가 공직선거에 도입된 지 12년 정도 지났고, 그동안 3번의 대통령 선거와 4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물론 선거인의 사전 신고·신청이 필요하고, 원거리의 투표소에 직접 방문해 투표해야 한다는 어려움으로 인해 재외선거 참여율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선거는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 재외동포 사회의 목소리를 투표로 대한민국에 전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부 정책 실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청도 재외선거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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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네덜란드 대사때 한글학교 지원금 늘려… 현지 교과서에 韓경제성장 담아

■ 이기철 청장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재외동포청의 첫 수장이 된 이기철 청장이 ‘문턱 낮고 소통하는 재외동포청’을 강조하는 이유는 외교관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이 청장이 주네덜란드 대사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우리 동포들에게 대사관 문턱은 높은 편이었다. 그 문턱을 넘은 ‘첫 고객’은 로테르담 한글학교 교장이었다고 한다. 한글학교는 로테르담 투자청으로부터 매년 받던 4만 유로의 지원금을 2만 유로로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아, 폐교와 이전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었다.

이 청장은 약 한 달의 준비를 거쳐 로테르담 투자청을 방문, “한국인의 교육열이 높아 한글학교를 폐쇄하면 로테르담의 한국 기업들도 타지로 이전할 텐데,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고용을 고려하면 지원금 삭감은 오히려 손해”라는 논리로 설득해 지원금을 2만9000유로로 늘렸다. 한글학교가 장소를 빌리던 미국인 학교에도 “임차 시간에 비례해 임차료를 부과하지 말고, 임차에 따르는 추가 비용에 따라 산정하자”고 해 임대료를 2만9000유로로 낮췄다. 그 결과 한글학교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동포 사회에서 대사관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대사관을 찾는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교과서에 시장경제·민주주의 등 한국의 발전상이 구체적으로 소개된 데도 이 청장의 공이 컸다. 당시만 하더라도 네덜란드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접하는 한국은 ‘낮은 임금으로 물고기를 손질해 내다 파는 빈국’이었다. 일선 학교와 출판사, 교육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설득한 끝에 한국 관련 분량이 크게 늘었고, 내용도 ‘고도의 산업국가이자 부국’ ‘첨단 스마트폰·TV·자동차·선박을 수출하는 나라’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 개발도상국들의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바뀌었다. 이 청장은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것은 기성세대와 한국 정부가 차세대 해외동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1957년 경북 안동 △서울대 법학과 △위스콘신대 행정학 석사 △외무고시 19회 △주네덜란드 대사 △재외동포영사대사 △주LA총영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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