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은 왜 MZ 핫플 됐나[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6-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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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거기 요즘 엄청 ‘핫플’이라던데…. 어땠는지 꼭 알려주세요!” 얼마 전 종교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진관사 선명상 체험 행사에 간다고 하니, 지인이 보인 반응이다. 절이 ‘핫플’(핫 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이라니, 그런 건 주로 근사한 카페나 식당을 두고 하는 말 아닌가. 궁금해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최근 20∼30대의 템플스테이 신청이 급증했다. 그중 서울 시내에서 가깝고,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진관사는 가장 선호되는 장소다. 개그맨 윤성호의 ‘뉴진스님’이 화제이고, 불교박람회 방문객 80%가 2030이라는 등 ‘젊어진 불교’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지만, 스쳐 갈 유행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조용히 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걸 보면, 불교적 생활 방식이나 철학이 실제로도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이다. MZ식 표현대로, ‘불며든(불교에 스며든다)’ 것인가.

코로나를 거치며 종교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치를 들이밀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도 쉽게 감지된다. 사람들 사이에선 기존 종교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이를 대체할 만한 것들이 새롭게 떴다 지곤 한다. 예컨대, 요즘엔 요가나 명상 등 마음 다스리기 활동이 취미 영역의 대세다. 서점가에선 뇌과학이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서가 인기.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제도권 종교에 부정적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갈망은 크다고 말한다.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을 단련하는 활동이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 추세라는 것. 그러한 가운데, 종교 활동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20∼30대 층에서 불교가 새삼 부상했으니 흥미롭고 기이할 수밖에 없다.

관심과 분석이 넘친다. 엄숙주의를 내려놓은 포교 전략이 통했다던가,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가 새로운 놀이를 찾았다던가…. 일견 맞지만, 본질은 좀 더 단순하다. 불교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고 다만, ‘재인식’됐다는 그것.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인류’의 ‘상식’이 불교적 상상력과 잘 맞는다는 분석이 지지를 얻고 있다. 예컨대, 지금의 20∼30대는 동물권과 생태계 보호, 신념에 따른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무소유와 절제를 강조하고, 동물과 인간의 사후 세계까지 동등하게 보는 불교 교리와 닿아 있다. 또, 비건(채식) 인구의 비율 역시 20∼30대에서 월등히 높은데, 이 역시 사찰음식에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복 차림의 DJ가 마냥 재밌어서, 굿즈(상품)가 그저 예뻐서 만은 아니었다. 불교가 MZ의 ‘힙’이 된 건 그렇게 ‘납작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사명과 역할을 잃은 종교계에 ‘갈 길’을 제시한 나침반이고, 미래 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일러주는 입체적인 교과서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지친 그들의 고민과 절박함까지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궁금하면, 뉴진 스님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길. ‘월급이 안 올라서 고통/물가가 올라가서 고통/내 주식만 떨어져서 고통/(…)/미래가 안 보여서 고통’…. 중생의 괴로움은 다 비슷할 터, MZ가 아니라도 ‘불며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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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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