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오른 공화 “오바마 재선 저지”

‘대화냐, 대결이냐.’

중간선거를 끝낸 미국 정치가 상생의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대화와 대결 사이에서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8일 공화당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히며 대화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정책’의 폐기를 강조하고, 심지어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히는 등 대결적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미 정치는 선거가 끝났지만, 여전히 선거캠페인이 계속되고있는 듯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공화당의 적극적 행보가 계속될 경우 2012년 대선까지 대결정치가 불가피하다. 반면 상생정치로 가는 과도기로, 내년초 새 의회지도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탐색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당분간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신경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처음으로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를 18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감세연장안을 비롯한 국정현안을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료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민에게 필요한 의제를 진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놓고 의회 지도부와 만나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면서 “단순히 악수하고 사진만 찍는 회동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18일 회동이 실무만찬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12월말로 종료되는 감세조치의 연장문제가 우선 이슈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공화당에서 차기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에선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다.

하지만 대화정치 가능성은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매코넬 대표는 이날 헤리티지재단 주최의 연설에서 의료보험법안의 폐기와 정부지출 축소를 우선 현안으로 제시하고 “일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인물을 백악관의 주인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저지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협력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ABC방송에 출연해 재선 저지운동과 관련, “이는 매코넬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거리를 뒀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민심을 부정하는 것 같다”면서 공세에 가세했다. 일부에선 공화당의 하원과 상원 사이에 향후 정국을 둘러싼 약간의 견해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동의하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울 양보 수준과 공화당의 대정부 압박 수위 조절에 따라 상생정치의 앞날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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