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필수조건 ‘新자주국방’>“美, 한국 떠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착각” 中과 수교하며 대만 ‘헌신짝’처럼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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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분석

美 해외 에너지 의존 감소 등
美軍주둔 전략적 효용성 줄어
“미군 철수” 트럼프 지지율 ↑

‘냉전시대’처럼 개입 필요없어
美학자들도 철수 가능성 제기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군사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대권에 도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사진) 공화당 후보는 공공연하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어 한·미 동맹의 영속성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국내 군사·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도발과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신고립주의 현상에 면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워싱턴을 비롯한 대도시를 위협하면서 통일대전에 나설 경우 미국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억제전략, 즉 핵우산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이춘근 해양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국민 중 상당수가 한·미 동맹은 아무런 문제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우리는 미국이 지켜주기에 별 걱정할 것 없다고 막연히 생각한다”며 “한국은 미국에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결코 한국에서 떠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신고립주의 바람의 배경에는 셰일 가스 개발에 의한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소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효용성 약화와 17조 달러에 이른 국가부채 확대 위기감, 일자리 감소에 따른 이민자 배척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제정치학적으로 미국이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한국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구도도 한·미 동맹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은 197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우방국인 대만을 버렸고, 대만은 유엔 회원국 지위에서도 헌신짝처럼 내던져졌다. 타고난 사업가인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상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고 핵동결 보유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미국이 바로 핵우산을 접지는 않겠지만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 즉흥적인 김 위원장이 대남진격 명령을 내리면 한국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20일 CNBC방송이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경제분석가 등 월가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지난달 84%에서 무려 33%포인트나 급락한 51%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한·미 동맹의 소멸 또는 종료를 ‘가능하지 않은 상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한·미 동맹은 언제라도 아주 쉽게 종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53년 조인된 한·미 동맹의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제6조에는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국회는 조약 종지 문구 삭제를 요청하면서 비준을 거부한 채 1년 이상 버텼지만 미국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은 한국 땅에서 60년 이상 주둔하고 있지만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 동맹의 가치와 주한미군의 효용성이 지금도 냉전시대와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최소 200년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한 미국은 앞으로 오랫동안 세계 제1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돼 냉전시대처럼 세계 문제에 개입할 필요없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 교수 등 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섭 국방부 계획예산관은 저서 ‘외교상상력’에서 “미·중 패권 경쟁구도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한·미 동맹을 폐기하고 떠오르는 중국에 편승하는 밴드왜거닝(bandwagoning), 한·미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밸런싱(balancing), 중국과 최대한 우호관계를 유지하되 한·미 동맹을 통해 위협을 관리하는 헤징(hedging) 3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충신·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