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커지는 ‘아베 주도 개헌’… 자민당 안팎서 贊反공방 격화

기시다 “서두를 이유 없어”
나카소네 “자위군 설립을”
야권, 국회 논의 전면 보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자위대 보유를 헌법에 명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을 2020년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집권 자민당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 개헌 추진 여부를 심의해 오던 일본 국회에서 아베 총리의 국회 경시 발언을 이유로 개헌 관련 심의가 보류되자 심의 재개를 중시하는 자민당은 ‘2020년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12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아베 총리 재집권 당시부터 4년 반 동안 외무성을 맡으며 ‘포스트 아베’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1일 자신의 파벌 회의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과 내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 확인하고 싶다”며 “지금 바로 헌법 9조를 개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불허하는 조항이며 아베 총리는 9조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 자위대 보유를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치가 개인으로서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자민당 내 2대 파벌인 누카가(額賀)파의 좌장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은 이날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싶다”며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방침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아베 총리가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원로 자민당 정치인이자 오는 24일 ‘국민헌법제정의 길’이란 책을 출판할 예정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이번 서적에서 아베 총리의 주장보다 더 극우적인 ‘자위군’ 설립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총리가 지난 8일 중의원에서 자신의 개헌 추진 입장에 대한 질의에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뷰 기사를 숙독해 달라”고 답하자 야당은 국회 경시라고 비판하며 중의원 헌법심사회를 전면 보류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