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공간>조경란은 누구… 인간의 고독·우수 깊이있게 그려

‘불란서 안경원’으로 등단

소설가 조경란은 ‘시적 광휘’와 ‘서사적 긴장’이 어우러진 밀도 높은 문체로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깊이 있게 그려온 작가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6년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6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다 할 인간관계도 없이, 괴롭고 암담하게 막연히 책만 보며 세월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불현듯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며 긴 문학의 길로 들어왔다.

그 뒤 그는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일요일의 철학’, 중편소설 ‘움직임’,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혀’ ‘복어’ 등을 꾸준히 내놓았다. 산문집으로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 ‘백화점-그리고 사물, 세계, 사람’ 등도 있다. 그는 초기에 폭력적인 세계, 타인과의 소통의 단절을 주로 그렸다면 최근엔 점점 더 ‘긍정적인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2016년 소설집 ‘후후후의 숲’을 내놓으면서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로 ‘치유’ ‘소통’ ‘타자’를 꼽았다. 또 자신의 책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꿈을 찾지 못한 사람들, 큰 상처를 입고 세상에서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들이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조경란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왜 소설을 쓰는지 잘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쓰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것. 쓰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