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訪北>北, 비핵화엔 ‘침묵’ 남북대화엔 ‘적극’…‘제재 숨통’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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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사이후 한반도 전망

정부, 美와 통화후 바로 특사
北도 文정부 비판 거의 없어

이산상봉·정상회담 가능성도
4월 한미훈련때 北대응 주목

“당사자입장서 비핵화 촉구를
核유예 - 제재완화 거래 안돼”

북한이 우리 측의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즉각 수용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어 남북관계를 대북제재 공조체제에 균열을 내고 핵·미사일 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버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북 대화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남북관계에만 속도를 낼 경우 미국의 의구심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북 및 미·북 관계 전망 = 청와대는 이번 대북 특사단 파견에 대해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북 대화 조건에 대한 간극이 아직 크기 때문에 입장 차를 좁혀 가기 위한 남북 간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뭔가를 합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통전부장이 돌아간 뒤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특사 카드를 고심 끝에 꺼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환영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고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알렸다.

북한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따라 미·북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가시적 성과에 상관없이 남북 고위급 당국자의 추가 교환 등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이번 특사단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얘기가 잘 풀릴 경우 평창동계패럴림픽 등을 계기로 북한이 다시 고위급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당국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등도 열릴 수 있고, 문 대통령이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미·북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성격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4월 초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북한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을 봤을 때 당장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북 대화를 거부하면서 계속 대북제재에 균열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 외에는 어떤 타협안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 북한도 결국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오는 9월 정권수립일 등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기습적인 도발을 감행할 경우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어렵게 구축한 문 대통령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전문가 진단 =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북 특사단이 북핵·미사일 문제의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의 입장에서 비핵화를 촉구하고, 남북대화의 속도 조절을 하면서 김 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우리가 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인 듯한 모습을 미국에 보여줄수록 동맹관계에선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핵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북한은 미래가 없다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미·북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북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과 대북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식의 접근법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2000년대 초반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제재 완화) 패키지를 주는 과거의 접근을 한다면 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미국은 북한이 협상으로 핵을 포기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만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