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대체복무 도입도 안됐는데… 대법원 무죄 판결 너무 성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60년 충주 출생 △대광고 졸 △고려대 법대, 고려대 법학 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헌법학 박사 △한국언론법학회 이사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양심적병역거부 판결은…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 대 4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해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급심이 잇달아 무죄판결을 내놓고 있고, 심지어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대해서도 무죄가 판결되고 있다. 앞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만 대체복무 방안을 두지 않은 지금의 상황은 ‘헌법불합치’라며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평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왔다.

―대법원 판결은 헌재 결정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정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체복무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군역이란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나.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는데 종교적 이유로 예외로 한다? ‘나는 총 들고 사람 죽이는 일 못하겠다’는 주장만으로 군대에 안 가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 정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그 핑계로 군대 가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이 틀림없이 나오게 돼 있다. 현역 복무 이상의 부담을 주는 대체복무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 대부분이 그렇게 운영한다. 이미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 대체복무를 도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대법원에서는 대체복무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무죄다’라고 해버린 것이 문제다. 그 얘기는 군대 안 가도 대체복무가 없다는 얘기다. 병역 면제의 혜택을 준거나 다름없다. 2020년부터는 어떻게 된다 치더라도 당장 내년 1년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대법원이 정권의 분위기를 타서 포퓰리즘 판결을 한 것인가.

“포퓰리즘조차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다수다. ‘전쟁이 터지면 너도 죽고, 네 가족도 죽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걸 따라가야 포퓰리즘인데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담당하고 무죄 판결을 반대하던 대법관들이 퇴직하고 (문재인 대통령 들어서) 새로 임명된 대법관이 다수가 되니까 판례 변경을 했다는 얘기를 전직 대법관에게 들은 적이 있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까진 유죄 판결을 내렸어야 한다는 말인가.

“최소한 판결을 미루기라도 해야 했다.”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의 2배, 36개월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기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복무 강도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교정시설 합숙 정도로 결정되는 것 같은데.

“그건 매우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매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600명 정도인데, 앞으로 늘어봤자 몇 명이나 늘겠느냐,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독일에선 대체복무 도입 후에 10배 이상 늘었다. 몇 백에서 몇 천이 아니라, 몇 천 명에서 몇 만 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처럼 대체복무도 없이 인정만 받으면 군대 안 가도 된다는 상태에서는 얼마나 늘지, 감당을 못할 수도 있다. 600명인데 2000∼3000명까진 받아주겠다고 하고 거기에 맞춰서 교정시설 근무로 했는데 실제는 3만∼4만 명 나오면 그거 다 소용없는 얘기 아닌가. 아니면 3만∼4만 명 나와도 억지로 3000명만 인정하고 2만7000명은 탈락시킬 건가. 그럴 경우 뭘 기준으로 어떻게 탈락시키나. 탈락한 사람 중에서 진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있어서 ‘나는 차라리 감옥 가겠다’고 하면 대체복무 제도는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