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방체제 흔들리나… 여왕 死後 탈퇴 국가 이어질 듯

■ Leadership 클래스

바베이도스 55년만에 공화국으로
加·濠 “군주제 폐지” 목소리 커져
英 18∼24세 41% “선거로 뽑자”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며 여왕 서거 뒤 영연방 체제가 지속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연방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 여왕 개인의 권위인 만큼, 여왕 이후에는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BC 역시 “여왕의 건강이 영국 사회의 주 관심사인 이유는 여왕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영연방에 속한 54개국 중 영국 군주를 국가원수로 삼고 있는 나라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자메이카 등 15개국이다. 이중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영국 왕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당장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입헌군주제를 공화제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턴불 전 총리뿐 아니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줄리언 힐 의원 등은 당적에 관계 없이 “호주의 국가원수는 영국 왕이 아니라 호주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퇴위하면 호주 공화국을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1999년 군주제 폐지 찬반 투표가 실시됐지만, 당시 54.9%가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캐나다 역시 영국 여왕이 상징적 국가원수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반을 넘고 있다. 지난 2월 입소스가 캐나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여왕이 국가원수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입헌군주제에서 공화국으로 변신한 국가도 있다. 여왕이 병원에 입원한 지난달 20일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55년간 국가원수였던 영국 여왕을 대신해 국가원수 자리에 오를 초대 대통령으로 샌드라 메이슨 현 총독을 추대했다. 인구 28만 명의 소국인 바베이도스는 1625년에 영국에 점령됐고 1966년 독립했다. 자메이카가 바베이도스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영국 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왕 사망 뒤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월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영국인 4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8∼24세 응답자의 41%가 “군주가 아닌 선거로 뽑힌 국가원수를 가져야 할 때”라고 답했다. “군주가 있어야 한다”는 답은 31%에 그쳤다. 차차기 후계자인 윌리엄 왕세손 부부에 대한 영국 국민의 호감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카밀라 왕세자빈과의 몇십 년에 걸친 불륜,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 등으로 영국 내 호감도가 45%밖에 되지 않는 찰스 왕세자가 차기 후계자라는 것도 영국 왕실의 ‘리스크’로 꼽힌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