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 모두 경제 관료 선배
층층시하(層層侍下)·옥상옥(屋上屋) 우려 나와
“추 부총리, ‘경제사령탑’ 역할 하기 쉽지 않을 것”
윤석열 정부의 조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초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현 경기도지사 당선인)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에 벌어진 것과 유사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를 임명했을 때부터 경제부처에서는 “추 부총리가 경제사령탑 역할 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올해 73세로 행정고시 8회 출신이다. 62세, 행시 25회 출신인 추 후보자와 행시 기수가 무려 17기수나 차이가 난다. 한 총리가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세우면 추 후보자가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 총리는 옛 상공부 등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고,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해 경제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경제 정책에 대한 지시가 매우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국무총리(2007년 4월~2008년 2월)를 역임한 적이 있어 총리직 수행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히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세종 관가(官街)에서 한 총리가 자신을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임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총리가 사실상 경제 정책을 총괄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왜냐하면, 윤 행장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실력이나 식견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 경제 정책 분야의 요직을 대부분 거쳤으며, 당장 경제부총리로 임명돼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경제 정책의 분석 및 수립과 집행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경제 관료 출신 중에 거시경제와 경제 정책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은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한 총리가 ‘과거 정부 사람’이라는 주홍 글씨에도 불구하고 그를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하려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에는 국무조정실장 후보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행시 28회 출신인 방 행장도 기재부 재정정책과장·예산실장·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까지 역임한 재정·복지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 총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기재부 예산실장(1급) 등 예산 관련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한 박춘섭(행시 31회) 전 조달청장 등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청장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사람’으로 분류돼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아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경제 부처에서는 “과거에는 정치인이 국무총리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국무조정실의 기능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지만, 한 총리가 임명됨으로써 이번에는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조율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통령실도 과거에는 민정수석실이나 사정수석실 등이 중심이 돼 정무적으로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정책 기능을 중심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와 업무 영역이 중첩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조만간 주요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추 부총리가 경제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모든 조직이 의욕적으로 국정 과제를 챙기는 과정에서 영향력의 우위 여부가 자연스럽게 판가름나는 것이 그동안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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