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맞선’ 나가는 부모… 결혼도 대신해줄 건가요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당신이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영국의 심리학자 젠트너는 남녀 불평등이 낮거나 높은 국가를 포함하여 10개국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차별받는 국가의 경우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의 재력을 중시한 반면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 보장된 국가일수록 이상형에 관한 성별 차이가 감소했다고 한다.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집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더 적극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그러니 입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 폭력 가해자 중 절반이 연인이거나 배우자인 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는 한국에서 “1인 가구 고소득자 중 60퍼센트 이상의 남성이 결혼을 희망하는 반면, 70퍼센트 이상의 여성은 결혼 계획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건 그다지 놀라운 뉴스도 아니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은 일본도 한국 못지않다. 아니, 더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부모 대리 맞선’이라는 행사가 인기를 끌 정도다. 가키야 미우의 소설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에는 결혼에 시큰둥한 딸을 대신하여 분투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주중에는 야근을 하느라 매일 늦고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바쁜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몇 번이고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당사자를 대신하여 딸을 둔 부모와 아들을 둔 부모가 자식의 프로필 사진 아래 직업과 연봉, 부모와의 동거 희망 여부까지 빼곡하게 적어낸 카드를 들고 순서를 바꿔가며 맞선을 본 다음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 종류의 행사가 빈번하게 열리는 중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대리 맞선’에 참여한 부모들이 “결혼만 하면 내 아들(딸)은 행복해질 거야”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글쎄.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 않나. 특히 왜 안 만나주느냐며 여성을 스토킹하다 못해 죽이는 일이 빈번한 나라에서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해 죽을 때까지 공포에 시달리느니 그냥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쪽이 정상이다. 원래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법이니까 말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