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소시지 만들기 · 사과 따기… “ ‘스토리’ 양념 더하니 굿”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소재 승곡체험휴양마을을 찾은 상주 남부초교 학생들이 사과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농촌애올래 - 상주와락樂

초등 26명, 지역문화체험 학습
“소시지 만들어보는 건 처음
집서 먹을 생각에 너무 좋아”

고택 · 종가 둘러보며 역사공부
‘불량농부의 사과얘기’ 들려줘

상주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얘들아, 조심해서 소시지를 비틀어야 해…잘못하면 터지니까.”

선생님의 주의 당부에도 아이들은 마냥 신난 모습이다. 소시지 튜브를 기계에 끼워 조심스레 내용물을 채워 넣는 과정을 볼 땐 조용했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소시지를 만들 땐 왁자지껄 서로 얘기하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9일, 이날은 경북 상주시 소재 남부초교 3·4학년 학생 26명이 승곡체험휴양마을에서 지역문화 체험학습을 하는 날이었다. ‘상주 얼 찾기’라는 학습과정에 ‘우리 고장 사람들 하는 일’이란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학생들이 승곡마을을 찾았다.

농업농촌의 다양한 활용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례가 ‘6차 산업’에 해당하는 농촌관광·농촌체험학습이다. ‘무첨가’ 소시지 만들기는 승곡마을에서 내놓은 체험프로그램의 하나로, 1시간 동안 아이들은 소시지 만들기에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3학년인 한정하 학생은 “소시지를 사서 먹기만 했는데 이렇게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연신 “재밌다”고 말했다. 튜브에 내용물을 넣은 후 비틀어 소시지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 아이들은 체험마을 선생님들의 설명에 따라 조심스레 튜브를 비틀었지만 일부는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서로 모양을 비교하며 즐거워했다. 3학년 권준영 학생은 “제가 만든 소시지는 모양이 예쁘다”며 “집에 가지고 가 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좋다”고 웃었다. 비닐 포장지에 넣고 아이스박스에 담는 것까지 마친 아이들은 곧장 다음 프로그램인 ‘사과 따기’로 이동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남부초교 김남주 선생님은 “아이들이 농촌 지역에 살지만 직접 농업이나 농촌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농촌체험활동이 교육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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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의 비옥한 옥토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갑장산 자락에 위치한 승곡마을(승곡리)은 114가구가 사는 마을이다. 다른 상주지역 농가들과 마찬가지로 사과·감 등 과수 농사를 주로 짓는다. 명문가인 풍양 조씨 문중의 ‘양진당’과 ‘오작당’은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의 거주지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 문화재다. 양진당에서는 고택 체험, 오작당에선 종가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역사를 품고 있는 상주 승곡마을이지만 외부 관광객이 알아서 찾을 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곳 승곡체험휴양마을에서는 ‘이야기(스토리)’를 농촌관광자원에 덧입혔다.

“전국 대부분 농촌 마을의 체험 상품은 대동소이하다. 농촌에서 제철 농산물을 재배, 수확, 요리하는 형태의 상품은 전국 어느 농촌 마을에서나 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 일부는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 마을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 차별화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제공한다면 관광객들은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재밌어한다. 예컨대 이곳 대표인 조원희 씨 별명이 ‘불량 농부’다. 체험 활동 중 ‘불량 농부의 사과얘기’가 있다. 왜 이 사람이 불량 농부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과농사를 짓게 됐는지 등에 대해 고객들이 호기심을 갖고 얘기를 듣게 된다. 이런 스토리, 사람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체험관광의 재미를 더욱 높이고, 관광프로그램을 차별화한다.”

정경수 상주와락 총괄기획책임(경북마을기업협회 이사)의 설명이다. 정 총괄책임은 승곡마을이 다른 체험마을과 달라질 수 있는 포인트로 ‘사람’ ‘이야기(스토리)’를 꼽았다. ‘뻔한’ 농촌체험관광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무언가 다른’ 관광을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농촌체험관광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희 승곡체험휴양마을 대표도 스스로를 이야기 소재로 삼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사과수확’에 나선다. 체험이 이뤄지는 과수원은 조 대표 소유다. 조 대표는 직접 사과농사를 지으며 체험마을을 운영한다. 사과농사를 지어야 할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고 체험마을, 공동체 활동 등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니 불량한 농부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엔 단체 관광객 중심으로 이곳을 많이 찾았지만 최근에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더 많다. 스토리 중심의 체험 상품들은 소규모 단위에 더 적합하다는 게 정 총괄책임의 설명이다.

방역규정 준수가 중요하다 보니 소규모 체험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게 불가피했다. 단체 관광이 줄었음에도 매출 자체는 줄지 않았다. 조 대표와 정 총괄책임은 체험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농촌체험활동도 객 단가를 높일 수 있는 질로 승부해야 앞으로도 농촌관광, 체험관광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승곡체험휴양마을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 농촌마을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그리고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사회적경제 공동체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마을 청년들과 함께 차별화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과 상품 개발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요즘에는 한국의 농촌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 수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관련 체험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정 총괄책임은 “색깔 있는 프로그램을 매번 만들어내며 제공해야 농촌관광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