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날 필요없어요… 강남 한복판, 앉아만 있어도 ‘힐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강남힐링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힐링센터 내부에 조성된 ‘카페 숲’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강남구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 지친 심신 달래는 강남힐링센터

회사원 겨냥한 코엑스 센터
초록 식물로 가득 채운 ‘그린홀’
안락의자에 누워 책 읽는 여유

자연 지향하는 개포 센터
웰다잉 · 명상 등 정신수양 프로
AI 헬스케어 기기 체험도 제공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며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나무 테이블에 앉는다. 실내에 켜진 살구 빛의 전구색 조명이 탁 트인 통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만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차분한 공간에서 앉아만 있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지난 1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마련된 이 공간은 강남힐링센터다.

6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힐링센터는 ‘도심 속에서 나를 위한 충전의 시간’이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문화센터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일상 곳곳에서의 관계 단절에서 오는 피로감과 각종 범죄 및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지친 심신을 돌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는 2020년 7월 삼성동 코엑스에, 2021년 9월 개포동에 힐링센터를 개관해 운영하고 있고 2024년 신사동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자치구가 취미·교양 위주의 강좌를 개설하는 문화센터를 운영했지만, 강남구는 한발 앞서가 정신적 힐링과 행복을 행정서비스로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스트레스를 떨쳐내고 힐링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도심을 떠나지만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힐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고민이 힐링센터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강남힐링센터의 ‘그린 홀’. 강남구청 제공

◇지역·대상자별 맞춤 공간 구성 = 구는 장소 자체만으로도 힐링을 줄 수 있도록 힐링센터 공간 조성에 공을 들였다. 특히 힐링센터가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이용 대상자를 달리 설정해 이에 맞는 공간 구성을 했다. 코엑스 힐링센터는 직장인이 많은 빌딩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나를 충전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30∼40대 회사원을 대상으로 공간을 조성했다. 나무 화분으로 둘러싸인 ‘그린 홀’은 작은 숲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700여 권의 책이 준비된 ‘인트런스 존’에는 안락한 빈 백 의자가 놓여있어 직장인들이 책도 읽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벽돌 인테리어는 안락한 카페나 외국 도서관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개포 힐링센터는 개포문화공원과 인접해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벽면을 모두 개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높은 천장과 하얀 벽, 전구색 조명으로 구성된 그룹힐링실은 앞쪽 폴딩도어를 개방하면 앞에 마련된 잔디광장까지 연결된 공간처럼 활용할 수 있다. 또 안마의자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릴랙스룸’, 스트레스를 측정하고 동작인식·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버추얼메이트’를 활용해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디지털테라피’, 다양한 큐레이션의 도서를 만날 수 있는 ‘북테라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강남힐링센터에서 진행된 ‘몸과 마음이 예뻐지는 호흡’ 프로그램. 강남구청 제공

◇배움보단 웰니스·힐링 위주 이용자 참여 프로그램 = 마련된 공간에서는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배움의 목적이 아니라 지친 심신을 달래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 위주다. 프로그램을 개설할 때도 구민, 자문단,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개발했다. 지쳐 있는 몸을 회복하기 위한 신체 운동, 스트레스 해소 및 마음 정화를 위한 치유·호흡 명상, 아로마 싱잉볼 테라피 등이다. 현재 힐링센터 정규 프로그램은 총 41개, 수강생은 411명이다. 프로그램 정원충족률이 평균 90% 이상으로 대부분 강좌가 조기 마감된다. 개포 힐링센터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 거주민들도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코엑스 힐링센터 만족도 점수는 96.4점, 개포 힐링센터는 90.5점을 기록하는 등 이용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구에 따르면 특히 개포 힐링센터에서 지난 11월 3일부터 매주 1회 4차례에 걸쳐 진행한 웰다잉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구 관계자는 “삶의 연장으로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결국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의에 많은 수강생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포토테라피 시간에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촬영하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진순(여·75) 씨는 “친구들과 모여도 이런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서로 회피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고 말했다.

구는 권역별 힐링센터 구축을 위해 신사동 공영주차장 부지(신사동 564번지)에 3번째 힐링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 174억 원을 투입해 지하 4층∼지상 5층, 총면적 3942㎡ 규모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4년 개관 예정이다.

■ 바쁜 일상에 힐링센터 찾아갈 시간 없다면… 온라인으로 ‘위안’

상담 · 여가 · 문화 프로그램 모아
24시간 비대면 심리상담 서비스

서울 강남구는 스트레스와 피로로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강남힐링센터’ 외에도 구민의 마음건강 관리를 돕는 마음건강 통합 온라인 플랫폼 ‘위안(WE 安)’을 운영하고 있다. 구는 온라인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 구민들의 심리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구에 따르면 위안은 강남구 각 부서 및 유관기관에서 추진 중인 상담 및 여가·문화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구민이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통합 플랫폼이다. △마음건강 사업안내 △그림·성향검사 △마음건강 자가진단 △힐링체험관 △마음상담소 등의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구는 마음상담소 운영을 통해 구민들이 고민상담 글을 올리면 24시간 안에 ‘허그맘허그인 심리상담센터’와 연계된 전문 상담사들이 일대일로 댓글을 달아주는 비대면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결과 고위험군으로 판단되거나 내담자가 심층 상담을 원하는 경우에는 관내 정신건강센터로 연계해 지속적인 관리를 돕고 있다.

구는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직접 목격하거나 친구·지인의 피해 및 유튜브·SNS 등을 통한 사고 영상에 노출돼 트라우마를 겪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한 호흡 훈련, 명상 등 힐링 콘텐츠도 제공해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다.

구 관계자는 “모바일이 더 익숙한 학생들이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상담의 진입장벽을 낮춘 위안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더 많은 구민에게 위안을 알리기 위해 마음상담소 이용자 중 50명을 추첨해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우울 위험군이 증가하는 추세에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번 이태원 사고를 겪으며 구민들의 심리적 피로감이 더욱 높아졌다”며 “강남구가 구민의 마음건강을 챙기기 위해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많은 구민이 마음의 안정과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