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종말·인구 감소…‘붕괴 최전선’에 한국이 있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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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7 09:06
업데이트 2023-01-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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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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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만든 지금의 세계 질서가 이미 붕괴하는 중이며, 그 질서 안에서 성장한 한국이 머지않아 붕괴의 중심에 서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지음│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

미국, 중국 견제위해 ‘탈세계화’로
혜택 누리던 아시아국가 타격
저출산에 노동시장도 무너져

“황금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미국 지정학 전략가의 예측·경고



한국은 단순히 세계화와 인구감소의 여러 가지 과정들을 앞장서 겪은 선구자가 아니라, 그러한 과정들 자체를 대표하는 사례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번역 출간된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한국을 분석하고 전망한다. 그것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가 누린 황금시대는 한국에도 황금시대”였고, “세계화 없이 한국의 경제 부문은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 그리고 그 ‘황금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어서다. “값싸고 질 좋고 빠른 세계가 비싸고 질 낮고 느린 세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책이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다음과 같은 저자의 예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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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2020년대부터 종말을 맞는다는 것. 종말은 이미 시작됐고, 책의 원제(The End of the World Is Just the Beginning)에서 보듯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책은 한국이 바로 이 붕괴의 최전선, 그리고 중심에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책에 따르면 모든 변화의 시작은 미국이 만든 세계 질서이고, 지금의 세계 질서는 제2차 대전 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미국의 우산 아래 있던 나라들은 자유롭게 에너지, 물건, 기술을 사고팔았다. 세계적으로 정교한 분업체계가 그물망처럼 구축됐다.

이런 질서 속에서 혜택을 본 대표적인 나라들이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자유주의 국가들이다. 여기에 중국이 합세하면서 규모의 경제는 극대화됐다. 이 기간 세계적으로 기간 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잉여 자본은 세계 곳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질서 속에서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미국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질서를 무너뜨려야 했고, 결국 미국은 세계 경영에서 손을 뗐다.

미국이 만든 질서 안에서 혜택을 봤던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반대로 미국의 전략 수정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지점에서 책이 ‘한국 붕괴론’처럼 보이는 이유다. 아시아 국가들은 다양한 노동시장, 미국이 제공하고 뒷받침한 안보 환경, 세계 교역망의 결합을 통해 성공을 맛봤다. 그러나 인구 붕괴에 가까운 출산율 저하로 지역 노동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데다가 미국의 철수는 안보환경과 교역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저자는 중국에 가해지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압도한다고 여겨지는 가전제품, 사무기기, 컴퓨터 등은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데,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나 반도체, 항공우주 기술 등 고부가 가치 기술 발전도 미국의 견제로 막혀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영국의 이탈 등 유럽도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나마 발전 가능성이 큰 국가는 미국과 그 주변국들뿐. 일단 미국은 경제의 4분의 3이 국내에서 이뤄져 국제 교역에 노출되는 정도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경제권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이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지역 경제권이 더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책은 운송, 금융, 에너지, 산업 자재, 제조업, 농업 등 각 분야에 걸쳐 이미 시작됐고, 또 겪게 될 최악의 사태들을 열거한다. 세계가 직면할 미래, 특히 미국 질서 안에서 성장한 여러 나라, 그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한국은 이제 ‘탈세계화’와 ‘무질서’, 그리고 ‘인구 붕괴’의 쓰나미 앞에 서 있다.

놀라운 속도의 경제 발전과 K-팝 등 문화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쥔 한국에 대해 전 세계가 칭송하고 있지만, 저자가 내다본 머지않은 미래에서의 한국은 이렇다. 미국이 떠나면 이렇다 할 동맹도 없고, 이렇다 할 자원도, 내수 시장도 없는 수출 주도형 국가, 최악의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라는 저자의 말을 부정할 방법이 없다. 저자는 어떤 문제에든 하나같이 한국이 가장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가속화하며 서로 중첩되는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한 세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쯤 되면, 책이 우리의 붕괴를 바라고 있는가 싶지만, 오해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지난 75년 동안 한국이 망한다는 데 내기를 건 이들은 하나같이 내기에서 졌다”면서 “탈세계화의 난관을 헤쳐나갈 창의력, 기술, 집요함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갖춘 국민이 있다면 바로 한국인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책은 오히려 그동안 세계를 놀라게 한 대단한 역량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다시 한 번 보여달라는 일종의 기대와 요구, 바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붕괴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인가, 이를 극복한 선구자가 될 것인가. 한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풍경일까. 544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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