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좌고우면 않는 ‘돌부처’…‘검찰 독립성 지키기’ 향후 행보 주목[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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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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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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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 - 이원석 검찰총장

“증거와 법리 충분하다면
법 집행, 성역 있을 수 없다”
대장동·서해공무원피격 등
수사 마무리 단계 접어들어

검찰을 ‘민첩한 조직’ 만들고
똑똑하고 부지런 ‘똑부’별명
해외 도피자 송환 등 문제 땐
대사 등 직접 만나 협조 요구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 검찰총장.’ 지난해 9월 16일 취임해 엄중한 시기 검찰을 이끌고 있는 이원석(54·사법연수원 27기·사진) 검찰총장에 대한 한 전직 총장의 평가다. 문재인 정부 때 친(親)정권 검사들과 ‘살아있는 권력’을 겨눴다 좌천된 검사들 간 갈등으로 인해 조직 기강이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총장이 됐다. 게다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해 도입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임기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권 실세가 돼 법무부와 협력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장이라는 타이틀과 달리 개인으로서는 고독하고 힘든 자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6개월여 만에 검찰이 안고 있던 여러 난제(難題)를 타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례·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전(前) 정권에서 묵혀 온 권력형 비리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검찰 내부 갈등도 상당히 봉합됐다. 이제 이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드러날 수 있는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좌고우면은 없다… ‘돌부처 리더십’ = 검찰 특수통인 이 총장은 총장 임명 당시 소위 ‘잘나갔던 검사’란 삶의 궤적 속에서도 묵묵하고 겸손한 성품을 갖췄다는 말들이 많았다. 총장이 되고 나서는 소신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원로 법조인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검사의 정도’를 걷고 있는 총장”이라고 평했다. 그는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해야 하는 게 검사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총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비리 수사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이 총장의 성품과 특색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10일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소환 조사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대장동 사건 관련 피의자로 소환했다. 이 총장이 직접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중앙지검으로부터 사안을 보고받고 물러섬 없이 수사하라는 취지로 승인했다고 한다. “정치 보복 수사” “표적 수사”란 야당 반발에도 수사팀이 ‘거물’ 정치인을 수사할 수 있는 동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는 이 총장의 지휘 방식을 꼽는다.

이 총장의 권력자 수사에 대한 생각은 그의 취임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이라는 표현을 인용해 검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증거와 법리가 충분하다면 법 집행에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검찰총장은 “검사가 정치권 눈치를 보고 갈지(之)자 수사 태도를 보이면 국민 신뢰도와 부하들의 사기는 추락한다”면서 “총장이 돌부처같이 소신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실사구시 추구… 솔선수범형 ‘똑부’ = 이 총장의 업무 스타일은 ‘실리 추구형’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조직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정기 ‘조회’와 ‘석회’를 폐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보고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검사장이 총장에게 대면 보고하는 관행도 깼다. 이 총장 체제에선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심지어 평검사까지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면 총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다. 이 총장은 측근 검사들에게 ‘관리자’나 ‘간부’란 말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역할을 다 하지 못 하는 상급자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이유로 권위의식을 버리고 일하라는 뜻이다. 대검 관계자는 “형식적 보고를 없애고 그 시간에 최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법조인 특유의 기수 문화로 수직적 형태의 업무 체계가 만연한 검찰 조직을 유연하고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만큼 수사를 잘 아는 총장이란 평가도 있다. 간혹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하면 직접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이 총장은 지난해 사건 관계자들의 해외 도피로 수사 진척이 쉽지 않다는 보고를 받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 주한 중국 대사, 베트남 공안부 수석 차관, 주한 태국 대사 등 범죄인들이 도피한 국가의 대사 등을 집중적으로 만나 범죄인의 국내 송환을 요구했다. 수사팀이 해당 국가에 협조를 구하는 것과 검찰총장의 요청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수사 경험자들의 말이다. 지난 1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 압송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이 총장의 범죄인 송환 요구가 영향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유형의 상급자란 말을 듣곤 한다.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선 직접 수사 사안을 챙기면서 이런 모습이 부각됐다. 이 총장의 지난해 ‘취임 1호’ 지시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사팀의 엄정 대응이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민생 사건 해결을 토대로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고 했었다. 반 년여 만에 여러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폐지됐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해 테라·루나 자산가치 폭락 사태 등 대형 경제 범죄 수사를 맡고 있고, 서울동부지검에는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이 꾸려지며 지난 5개월 동안 총책·중간간부 등 111명을 붙잡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 댈 수 있을까 = 여러 성과에도 총장으로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들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지금까진 과거 정권의 비리 문제를 주로 수사했으나 이제부터는 현 정권 비리 의혹이 여러 방향에서 나올 수 있다”며 “그때 이 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할 때 총장으로서 검찰의 정치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 스스로도 최근 정치권에서 야당 표적 수사를 한다든지,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자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취임한 이후 대통령실 안팎에선 “총장이 VIP(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을 안 한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그만큼 독립성을 보장받는 검찰의 수장으로서 태도를 조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 정부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직행한 경우이기에 정권과 검찰의 관계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많은 만큼, 총장이 검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남은 기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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