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나서 “예금안전 확실”… ‘금융위기 뇌관’ 아슬아슬

■ 美금융당국 “예금전액 보증”

시그니처 은행까지 연쇄부도에
재무부 등 “한도이상까지 보증”
Fed는 금융기관 유동성 조치

시스템 위기로 확산차단 총력
英총리·IMF도 ‘안정’ 메시지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에 따른 후폭풍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등은 12일(현지시간) SVB에 예치된 예금에 대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까지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필요할 때 자신의 예금이 그곳에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포가 확산하며 취약 은행들이 연이어 무너지는 ‘시스템 위기’를 막겠다는 것으로, 베어스턴스가 무너지며 리먼브러더스, AIG까지 연쇄적으로 위기에 처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월요일인 오는 13일 은행 문이 열기 전 전격적으로 나온 미 재무부와 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SVB 예금 전액 보증은 예금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예금자보호제도는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까지만 보호하지만 SVB의 경우 이를 넘어서는 금액이 95%에 달할 정도로 커서 대부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포가 확산되며 뱅크런이 발생, 은행들의 연쇄적인 폐쇄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재무부 등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 정부의 예금 전액 보증 조치가 나오기 전에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SVB의 자산 매각이 선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 매각을 통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을 인수 은행이 부담토록 할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까지로 예정됐던 매각 입찰에서 인수 은행이 나오지 않자 정부가 전격적으로 예금자보호 조치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는 의미다. 다만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 구제금융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 등은 성명에서 “연방 규제 당국은 정부 기금에 대한 손실을 은행에 대한 특별 평가(Special assessment)를 통해 회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에 SVB의 자산 매각 등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Fed가 발표한 새로운 기금(BTFP) 역시 사태가 시스템 위기를 조기에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Fed는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할 계획으로, 특히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의 상당량이 Fed의 계속된 금리 인상 때문에 당장 매각할 경우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태가 미국 밖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주요국과 국제기구의 시장 달래기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SVB 영국법인 파산과 관련해서 “시스템적 전이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