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집값 11년만에 첫 하락세… “SVB발 불안이 추락 가속화”

지난달, 전년 동기대비 0.2%↓
전문가 “대출 줄고 수요 감소”

미국 집값이 약 11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급등한 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며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촉발한 금융권 불안이 집값 하락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1일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월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6만3000달러(약 4억7300만 원)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0.2% 하락했다. 13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미국 집값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2월 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41만3800달러) 대비로 12% 이상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주택 평균가격이 더 비싼 서부(5.6% 하락), 북동부(4.5% 하락) 지역에서 전년 대비 낙폭이 컸다. 반면 남부와 중서부에서는 1년 전보다 각각 2.7%, 5%씩 집값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주택 가격 하락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탓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 주담대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는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주담대 금리가 3%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 시장 둔화는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는 주요 현상 중 하나를 보여준다”면서 “주택은 가장 금리에 민감한 경제 부문 중 하나이며 높은 주택 비용은 인플레이션에 큰 기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금융 부문 시스템 위기 우려를 촉발한 SVB 사태가 집값 하락 흐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위축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부동산 업체 질로우의 오르페 디분기 수석 경제학자는 WSJ에 “은행권의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경기침체에 들어가는 것을 더 걱정하게 되면 주택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금융 부분의 신뢰가 무너지면 실제로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 역시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