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직자 1000달러이상 보유땐 공개… 유럽은 NFT까지 확대 검토[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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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김남국 코인게이트’로 본 가상화폐 시장 규제·흐름

작년 ‘코인실명제 시행’ 전후로
金, 위믹스 등 48회 대량 이체
FIU ‘비정상적 흐름’ 검찰 통보
코인투기 가능성… 출처 논란도

국회의원 코인자산·소득 공개
‘공직자윤리법 개정’ 속도 낼듯
가상화폐 하루평균 3조원 거래
‘시세조종 방지’ 등 입법도 탄력


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의원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약 60억 원어치 보유했었다는 언론 보도로 문제가 불거진 지 9일 만이다. 하지만 김 의원 탈당 이후에도 ‘김남국 코인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 데다 추가 의혹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코인 게이트’로 규정하고 당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15일 발족했다. 김 의원이 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어서 추가 의혹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의 기본 개념과 구조, 제도적 보완 흐름 등을 짚어본다.

1. 김남국 코인 논란 왜 확산?

김 의원은 가상화폐 보유 및 거래 과정에 어떤 불법도 없었고, 재산 신고 역시 적법하게 완료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해 충돌 문제가 가장 컸다. 그가 가상화폐 소득 과세를 1년 후로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물론,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하고 출시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고로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토큰으로, 각 토큰은 저마다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와 특성을 지니게 돼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핼러윈 참사 현안 보고가 이뤄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중 가상화폐 거래를 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자 이재명 대표가 김 의원에 대한 당의 윤리감찰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여전히 막대한 코인을 보유하게 된 출처와 시세조종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아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 김 의원 소유 월렛이 계속 나오는데

김 의원은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제공하는 월렛과 카카오톡의 가상화폐 월렛 ‘클립’을 이용해 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월렛은 코인을 보관하는 개인 금고라고 이해하면 된다. 월렛은 아이디 격인 ‘개인주소’와 비밀번호 격인 ‘개인키(비밀키)’로 관리한다. 그렇다고 월렛 안에 코인을 직접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 분산형 네트워크(블록체인)상에 데이터로 기록을 남기고, 개인키를 통해 본인이 주인임을 증명하는 형식이다. 김 의원이 사용한 클립의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월렛이다. 분산형 네트워크 특성상 클레이튼에서 제공하는 블록체인 탐색기를 사용하면 제반 월렛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및 보유 내역 윤곽이 드러나게 된 것도 김 의원이 공개한 단서만으로 해당 탐색기를 통해 집요하게 월렛을 찾아낸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역할이 있었다.

3. 논란의 ‘위믹스’ 어떤 코인?

김 의원이 약 60억∼120억 원 규모까지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 시리즈 개발사인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2020년 발행한 게임 관련 가상화폐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기반으로 여러 국내외 투자자·파트너사와 적극적인 제휴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위믹스 대량 매각’ 논란으로 위기에 처했다. 위메이드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 2271억 원어치(약 1억800만 개)를 유동화해 시장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의 총발행량 한도를 10억 개로 잡았는데, 당시 유동화한 양은 10%에 달했다. 위믹스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소속 국내 원화 거래소에 상장돼 있었는데, 위믹스가 공시한 실제 유통 계획보다 많은 위믹스를 시장에 유통했다며 DAXA로부터 거래 중단(상장폐지) 처분을 받았다. 위메이드는 여기에 불복해 법원에 DAXA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메이드가 총 3739만918개의 위믹스를 초과 유통했다고 보고 DAXA의 손을 들어줬다.

4. ‘로비 의혹’ P2E 게임은 무엇?

P2E(Play to Earn)란 말 그대로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하나의 게임 방식이다. 사용자가 게임을 하며 획득한 자원을 가상화폐로 교환해 현금화하거나, 아이템·캐릭터를 NFT로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P2E 게임의 시초는 2017년 캐나다 업체 대퍼랩스가 만든 ‘크립토키티’로,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이더리움으로 가상 고양이를 육성·거래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위메이드가 ‘미르4’ 게임에 처음 도입했다. 게임 내 자원을 열심히 채굴해 가상화폐를 얻는 건데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로 환전할 수 있다. P2E게임은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만들고 이를 현실 재화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환금성 요소가 있고, 국내에선 ‘사행성’ 요소를 들며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21년 말 게임머니를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로 정의하는 조항을 새로 만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게임학회는 P2E 합법화를 위한 게임업체들의 입법 로비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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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갑 주소를 밝히면 개인키 유출?

가상화폐 이용자는 코인 지갑을 통해 코인을 관리한다. 지갑을 개설할 경우 ‘공개키’와 ‘개인키’도 함께 생긴다. 여기서 공개키는 은행 계좌번호 같은 것이다.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다. 공개키로부터 파생되는 주소가 있는데, 말 그대로 코인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열이다. 개인키는 계좌의 비밀번호로 이해하면 된다. 개인키를 이용해 자신의 코인 지갑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코인 소유자 본인만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개인키를 분실할 경우 코인 지갑에 접근할 수 없어 거액의 코인을 보유한 자가 사망해도 상속인들이 코인 지갑 개인키를 알지 못하면 지갑에서 코인을 꺼낼 수 없다. 공개키(주소)가 유출되더라도 즉각적인 보안 위험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잠재적으로 노출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직접 공유하지 않는다. 코인 지갑은 온라인 연결 여부에 따라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 주소만 알면 다른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형태의 ‘핫월렛(hot wallet)’과 인터넷 연결이 끊긴 오프라인 상태에서 존재하는 형태의 지갑인 ‘콜드월렛(cold wallet)’으로 구분할 수 있다.

6. ‘트래블 룰’은 무엇?

일명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이다.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가상화폐를 전송할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규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트래블룰 도입 의무화’가 포함되면서 주목받았다. 특금법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 모든 가상화폐 사업자는 100만 원 이상의 코인을 전송하는 송·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모두 기록해야 한다. 또 해당 기록에서 자금세탁행위 등 불법적인 금융거래가 의심되는 경우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김 의원은 트래블룰 시행 전인 지난해 3월 초 위믹스를 전량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금화가 아닌 단순 이체’라고 해명한 상태다. 위믹스를 거래소 지갑에서 빼낸 것은 맞지만, 이를 현금화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체해 투자를 이어갔다는 주장이다.

7. FIU 코인 거래 어떻게 감시?

FIU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로부터 김 의원의 지난해 초 가상화폐 거래가 이상 거래로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별도 매수행위 없이 일방적 매도를 통해 인출하는 비정상적 거래 패턴을 발견하면 FIU에 보고해야 한다. FIU는 김 의원의 거래가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현재까지의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추정되는 주소에서 지난해 1월 28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4개월간 48회에 걸쳐 100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업비트와 빗썸 거래소로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소는 지난해 1월 초 40억 원이 넘는 위믹스를 거래소에 이체한 뒤 그다음 달부터 많게는 2억 원, 적게는 수천만 원으로 쪼개 가상화폐를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FIU의 통보와 자료 등을 바탕으로 김 의원의 코인 거래에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8. 국회의원 ‘코인 재산공개’ 급물살

정치권은 가상화폐를 국회의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십억 원대의 코인 투기 자체도 문제지만 ‘입법 로비’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공직자 윤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주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고위공직자 가상화폐 내역 공개 제도는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반면 주요 국가들은 관련 제도를 이미 마련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1000달러 이상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가상화폐로 200달러 이상 소득을 얻으면 신고해야 한다. 또한 가상화폐를 매수한 뒤 45일 이내에 액수와 종류, 거래소 등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부터 재산 공개 대상에 가상화폐를 포함하고 있으며, 가상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NFT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공개 의무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산신고 누락 실수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을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 가상자산법 제정 초읽기

이번 논란으로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입법 논의가 추동력을 얻게 됐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 시 징역(1년 이상)과 벌금(부당이익의 3∼5배), 과징금(부당이익의 2배 내지 50억 원 이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수 이용자가 피해를 봤을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할 근거도 마련됐다. 가상화폐 사업자의 투자자 보호 조치도 강화했다. 사업자들은 고객 예치금 예치·신탁, 가상화폐와 동일 종목·수량 보관,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거래기록 생성·보관 등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가상화폐 사업자 감독검사권은 금융위에 부여되고, 한국은행도 자료 요구를 할 수 있다. 정무위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이르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이번 입법 이후 2단계 보완 입법도 추진된다. 가상화폐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에 관한 규정 전반을 정비할 계획이다.

10.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모

FIU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약 19조 원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2021년 하반기 55조2000억 원에 달했으나 2022년 상반기 23조 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과 함께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 허위 공시 문제 등으로 가상화폐 신뢰도가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1274억 원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4980억 원(80%) 감소했다. 하지만 규제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가상화폐 일평균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로 43% 줄었지만 3조 원 수준이며, 이용자 수 역시 9% 감소에도 627만 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종류는 1362개다. 원화마켓은 평균 154개, 코인마켓은 27개의 가상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100만 원 이상 가상화폐 입출금 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트래블룰’을 적용받는 국내 거래소 간 거래금액은 7조5000억 원으로 총출고액의 약 25%를 차지했다.

이관범·박정경·김지현 기자
이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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