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릴 국가리더십 필요하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0-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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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 숭실대 겸임교수, 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오늘날 국제사회는 계속되는 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및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에서 벗어나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 유지에 전념 중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 선제사용에 이어 최근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했고, 러시아는 북한과의 포탄과 첨단 군사기술 맞거래로 우크라이나 전황과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지형을 흔드는 위기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안보 정세 파동의 직접 이해 당사자로 국가안보와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평가해 선제적 예방과 대응 그리고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릴 국가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즉, 국제 정세 지도를 잘 읽고, 나아갈 방향과 동선(動線)을 설정하고, 지리적 상상력으로 국익을 창출하는 ‘지도력(地圖力·Mapping Power)’을 갖춘 국가 지도자가 절실한 것이다. 이런 지도력을 갖춘 역사적 인물로 알렉산더 대왕과 나폴레옹, 윈스턴 처칠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세종대왕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및 고 정주영·이병철·김우중 등 기업인을 꼽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나토(NATO)·주요 7개국(G7)·아세안(ASEAN)·유엔 회원국 및 인·태 지역 국가들과 총 140차례에 걸쳐 국가안보·경제안보·첨단 과학기술 협력·기후변화 대응·2030부산엑스포 유치 등 다양한 의제로 정상회담을 했다. 국제사회 역할 확대로 국위를 선양하고 활로 모색을 위해 역동적인 정상외교전을 펼친 것은 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야권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냉소적 폄훼와 비판으로 일삼는 것은 옥석을 가리지 못한 단견이거나 자해적인 진영 논리다. 비판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성찰하고 반면교사로 삼는 게 도리다. 아무도 가 보지 않아 처음 맞닥뜨린 미지의 세계는 열정과 도전 정신인 ‘이봐, 해 보기나 했어’ 하는 접근 프레임만이 정복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정 수행 체제 점검·보완과 함께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율 제고를 위한 소통 강화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책 현장의 첨병인 지자체와 소속 공무원들의 현장 작동성 여부는 국정 성패와 직결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소통과 공감 회로는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을 바르게 이해할 때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미래의 강대국 비전인 글로벌 중추국은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시대 흐름을 앞서 예측한 국가 지도자의 소명 의식과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의 무명 정치인으로 지도력을 검증받지 않고 대통령에 취임한 해리 S 트루먼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용단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 미국을 패권국으로 우뚝 세웠다. 현 정부의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국형 인·태 전략 수립,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 등도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으로 정립됐다. 국가 지도자는, 과거 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려 갑론을박하는 비판 세력에 발목이 묶여 시대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패착을 경계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경제학자 막스 베버는, 열정과 균형 감각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으로 어떤 좌절도 견뎌낼 단단한 의지를 갖춘 지도자만이 소명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지도력(地圖力)과 결단력이 나라의 명운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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