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불안 줄인 2023년 정부 연금개혁안[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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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발표됐다. 과거 연금개혁안과 달랐다. 세간의 쟁점으로 떠오른 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연령 등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에 이은 대통령의 강력한 연금개혁 의지 표명은 믿고 지켜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법 개정이 필수인 연금개혁의 키는 국회와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행정부의 독주는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므로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임하되, 국회와 국민이 개혁 주체임을 존중한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을 안심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국가의 연금지급 보장을 법제화로 미래세대의 연금 지급 보장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제거했다. 다음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분명히 해, 미래세대로 부담이 과도하게 전가되는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와 함께 연령별로 보험료 인상을 차등하겠다는 신박한 구상도 담겼다. 청년들은 사실상 장기간 높은 보험료율을 계속 내야 하고 장년 세대는 인상된 보험료율을 단기간만 내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복지부와 청년 집단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을 다듬어 개혁 방안으로 제안한 것인데, 선례는 없지만 충분히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연금크레디트 비용에 대한 국고지원을 연금크레디트 사유가 발생한 시점에 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처럼 연금수급 시에 국고지원을 하면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지만, 해당 사유가 발생할 경우 국고지원을 하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되지 않으므로 숨은 배려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장치로 확정기여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배수진을 깔아 미래세대가 적어도 연금보험료를 낸 만큼은 받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려고 했다.

셋째, 기금 운용 실적 제고를 연금개혁의 분명한 요소로 삼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적립기금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개선 대안 조합을 도출했고, 기금운용 수익이 연금보험료 수입과 함께 연금재정의 양축으로 역할하는 것의 장점을 보여줬다. 다수의 선진국은 이미 적립기금 고갈을 거쳐 부과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명목확정기여 방식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적립기금을 유지하면서 기금운영수익을 재정의 한 축으로 지속을 늘릴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령화를 헤쳐나가야 하는 한국에 기금운용 수익의 유지는 연금개혁의 묘수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프랑스 국민 대다수가 각자 이해득실을 따지며 반대했을 정도로 연금개혁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제 국회와 국민에게로 연금개혁의 추가 넘어갔다. 연금개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과제다.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성공 확률은 정부와 야당 간 정책 선호도에 대한 실질적 차이가 작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모두가 비난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경우, 핵심 정치 및 사회 행위자들이 개혁을 최소한 묵인할 의향이 있을 때 높아진다. 연금보험료율 인상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원포인트 개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먼저 시작해 나가면서 모수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 방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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