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부과 건보료 정산제도 의미 크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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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서는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냄으로써 아프거나 진단이 필요한 때, 고가의 수술이 필요한 때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매월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이 보험료가 나왔는지, 내가 낸 보험료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알아보는 가입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느 날 보험료가 크게 올랐거나 내지 않던 보험료를 내라고 통지받으면 관심을 갖게 되곤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개편 내용을 홍보하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기 쉽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소득 파악의 정도, 직장과 지역의 다른 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해 형평성 논란이 계속됐다. 그래서 2018년 7월과 2022년 9월, 두 차례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노인세대 등 취약계층이 많이 포함된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공제 확대, 자동차는 4000만 원 이상에만 부과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또,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해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좋은 제도라는 인식과는 별개로 건강보험료가 부담스러운 때도 있다. 특히, 갑자기 경제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보험료가 더 버거워지기도 하기에, 자영업자 등이 폐업하거나 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없어지면 보험료 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소득 발생이 예상됨에도 계약 만료 등을 기회 삼아 보험료를 감면받거나 피부양자가 되는 등 제도 악용 사례가 계속 발생했고, 2021년에는 조정된 연간 소득금액이 약 14조 원에 이르기도 했다니 형평성과 재정 누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의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보험료 조정으로 끝나던 것을, 이듬해에 조정받은 연도의 소득을 확인해 재산정 후 보험료를 다시 부과 또는 환급하는 ‘소득 부과 보험료 정산제도’가 새로 도입돼 이달에 첫 정산이 시행된다.

지난해 9월 제도 도입 이후, 보험료 조정 건수가 이전보다 8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당장 소득 발생이 끊어진 것처럼 해서 조정받더라도 소득 정산을 통해 다시 부과될 것이기에, 조정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가계 전체 소비지출은 4% 늘었는데 보건의료 지출은 5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지출 항목 중 5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의약품·외래·입원 등 보건의료 지출이 유일했다. 초고령화사회를 맞으면서 국민 의료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큰데, 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보험료를 계속 올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됨은 물론이다. 합리적인 의료 이용으로 건강보험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과에도 부당하게 보험료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차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소득 정산제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에 국민 모두 실제 소득에 맞게 보험료를 적정하게 부담해야만 지속 가능하다. 소득 정산제도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해 누구나 아프면 언제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더 튼튼한 건강보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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