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세비도 확 줄여야 한다[김세동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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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세비 1억5426만 원 세계 최고
의정지원 1억1279만 원 별도
보좌진 급여 합하면 연 8억 원

국민 평균소득 4배 넘는 고소득
절반 이상 삭감이 정치 개혁 요체
의원들이 자신 세비 결정도 문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을 발표했을 때 언론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이나 ‘불체포특권 포기’ ‘구속 국회의원 세비 전면 박탈’ 등에 초점을 맞췄으나 개인적으로는 ‘세비 삭감’에 더 눈길이 갔다. 혁신위는 “세비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희생을 요구하기로 했다”며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과잉 수준으로 받고 있는 국회의원 세비를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치 개혁의 요체를 제대로 짚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축인 의회를 바로잡고 나아가 한국 정치를 올바른 길에 올려세우기 위해선 세비를 대폭 줄여 국회의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 올해 기준 국회의원 1명에게 지원되는 수당과 활동비(세비)는 연간 1억5426만 원이다. 여기에다 의정 활동 지원 경비로 1억1279만 원이 더 들어간다. 보좌진(4급 2명, 5급 2명, 6·7·8·9급 4명, 인턴 1명) 9명의 급여 5억3865만 원까지 합하면 의원당 8억570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정치는 4류인데, 의원 1인 유지비가 세계 최고로 비싸다. 사무실 운영지원, 공무출장 등 교통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 비용은 별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의원은 연간 선거자금으로 1억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엔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가히 국회의원 천국이다.

사실상 급여인 의정 활동 지원비(1억1279만 원)는 논외로 하고 세비(1억5426만 원)만 놓고 보면 미국(2억2367만 원), 일본(2억1500만 원), 독일(1억7794만 원) 등에 이은 세계 9위다. 하지만 경제 규모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의원 세비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65배다. 비과세가 많아 세후 연봉으로 따지면 4배를 넘을 수도 있다. 2.31배인 일본, 2.28배인 미국, 2.03배인 영국보다 훨씬 높다. 덴마크(1.54), 스웨덴(1.38), 노르웨이(1.22) 등 북유럽 선진국의 의원 연봉은 GNI의 1.5배 안팎에 그친다.

이처럼 너무 많은 봉급이 한국 정치를 망치는 주범이다. 각종 특권은 차치하고 급여만으로도 일반 국민의 4배를 버는 고소득이니 한번 잡은 의원직을 절대 놓지 않으려 한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니 권력자나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날 바른 소리는 언감생심이고 자기 진영이나 실세를 위한 돌격대, 홍위병, 앞잡이로 나서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선거 때마다 40∼50% 물갈이를 해도 여의도 정치판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다.

북유럽 선진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스웨덴 46.4%, 노르웨이 46.2%, 핀란드 45.5%, 덴마크 43.6% 등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의 여성 비율도 40%에 달한다. 사회 투명성, 민도 등이 높아 정치가 권력이 되기 어렵고 그만큼 ‘먹을 게’ 없는 점도 있겠지만, 세비가 많지 않아 국회의원이 매력적인 직업이 못 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평균 수준의 급여를 받고, 권력자보다 봉사자로 일할 사람이 아니면 정치판을 찾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치가 깨끗해진다.

우리나라 의원 세비 지급의 근거가 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은 ‘이 법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수당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로 시작하는데,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 보전’이라는 문구에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의원 보수 결정을 의원들이 한다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어물전을 고양이에게 맡긴 셈이다. 의원들은 나라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기들 세비 올리는 데엔 의기투합한다. 철천지원수처럼 머리 터지게 싸우다가도 세비 인상 땐 사이가 좋다. 세비 관련 결정은 국회의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 세비를 국민 평균 소득의 1.5배 정도로 고정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소라면 세비 삭감이 어림도 없겠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4개월여 남겨 놓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야 지도부에 세비 절반 또는 3분의 2 삭감을 공약으로 제시하길 권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나 마나 이 공약 하나로 압도적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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