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보조수단 이용되는 심리검사… 한번에 40만~50만원[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10:41
  • 업데이트 2024-01-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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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영재교육 첫걸음 여겨지며 열풍

유명 영재교육소 입학하려면
‘웩슬러 검사’ 상위 15% 받아야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초진 위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곳 다수


소아정신과 치료가 시급한 저소득층 아동·청소년들이 비싼 검사비와 병원비에 좌절하는 동안,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선 심리·지능검사가 영재교육의 첫걸음으로 여겨지면서 ‘심리·지능검사의 사교육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검사 하나에 40만∼50만 원이 드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기나긴 대기 기간을 감수해서라도 유명 소아정신과·심리상담센터를 찾는다. 비단 서울 강남·목동 등 유명 학군에서만 벌어지는 현상도 아니라고 한다.

27일 문화일보가 유명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 문의해 본 결과, 초진을 위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곳이 많았다. 보통 초진 후 심리검사 여부 등을 결정한다. 11월 첫째 주 기준, 분당서울대병원 A 교수는 내년 12월까지 초진 예약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아주대병원 역시 내년 12월까지 예약이 모두 차서 접수를 ‘중지’했다고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가장 빠른 시기가 내년 6월, 서울아산병원 B 교수는 내년 11월에나 초진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소아정신과도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 화성시 C 정신건강의학과는 매달 첫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이듬달 초진 예약을 인터넷을 통해 받는다. 12월 초진 예약이 열린 지난 7일,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됐다. 지역 맘 카페 등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넉 달째 성공하지 못했다” “초진 예약 취소하실 분 찾는다”는 등의 게시글이 쏟아졌다.

정신질환 진단의 보조 수단이 되는 심리검사가 사교육에 활용되는 추세가 소아정신과의 살벌한 초진 예약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검사들이 영재교육의 시작점으로 자리 잡으며 이런 추세가 심화하고 있다. 강남구의 유명 영재교육소 D에 입학하려면 자체 검사에서 상위권 점수를 받거나 두 달 안에 치른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상위 15%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강남구의 프리미엄 영어유치원 E도 자체 검사 혹은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를 입학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웩슬러 지능검사나 ‘풀배터리 검사’가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자녀의 타고난 지능, 기질, 특성, 집중력 수준 등을 분석해 ‘맞춤형 공부 전략’을 짜기 위함이다. 풀배터리 검사는 개인의 특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종합심리검사로 보통 웩슬러 지능검사와 함께 진행된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잠재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둔 신민애(40) 씨는 “학업 성취도와 밀접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검사까지 더해서 ‘필수 3종 세트’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심리·지능 검사 비용은 한 건당 40만∼50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다. 주기적으로 아이에게 풀배터리 검사를 받게 한다는 김은영(38) 씨는 “교육열이 그렇게 높지 않은 강원 원주에서도 소아정신과 초진 대기 기간이 7개월에 이르고 심리상담센터도 북적일 만큼 아이 교육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심리·지능검사를 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권승현·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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