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작 각색은 큰 부담… 긴 독백을 짧은 노랫말로 바꾸는게 핵심”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09:13
  • 업데이트 2023-11-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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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은성 작가는 “연극이란 장르에선 작가로서 동시대 문제를 첨예하게 비판해야 하는 부담감이 좀 있는데 뮤지컬에선 그런 부담감은 없이 썼다”고 말했다.



■ 뮤지컬 ‘맥베스’ 각색… 극작가 김은성

식상할만큼 유명한 장면들 변화
‘레이디 맥베스’ 비중 대폭 늘려
‘맥버니’ 이름 부여 캐릭터 강화


“맥베스는 먼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밀접한 인물이죠.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의 실존 인물이 모티브인데, 이 이야기가 1000년 넘게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비극입니다. 몰락해가는 맥베스를 보며 관객들이 악의 내면을 보고 인류 역사에 왜 이런 비극이 이어지고 있는지 고민해봤으면 합니다.”(김은성 작가)

김은성 작가가 서울시뮤지컬단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맥베스’를 뮤지컬(작은 사진)로 선보인다. 그는 지난 1월 장총 한 자루를 의인화해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연극 ‘빵야’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6월엔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을 전 회차 매진시켜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 맥베스까지 한 해에 장르가 다른 세 작품을 올리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이어 음악극으로 재해석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워낙 원작의 완성도가 높고 인류 문화사의 고전이라 잘 고쳐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베스가 뮤지컬로 시도된 적이 없기에 겁먹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원작을 단순히 무대화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도 제목을 ‘상인들’로 바꿔 연대와 협업의 긍정 에너지를 강조했다. 유대인 혐오와 인종적 편견 등 현대인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덜어냈다. 이번 뮤지컬 ‘맥베스’는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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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없는 장면

김 작가는 뮤지컬 ‘맥베스’를 보다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보통 맥베스 하면 마녀들, 숲이 움직이며 맥베스 성에 침투하는 장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맥더프가 맥베스를 죽이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식상하고 현대 관객들에겐 와 닿지 않을 수 있어 모두 바꿨다”며 “맥베스의 파멸도 원작과 다르게 현대적 인과구조에 맞게 서사를 추가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연을 보러 와서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극은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맥베스와 부인이 자신들의 욕망에 대한 성찰과 회한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된다. 맥베스의 제일 유명한 독백인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이라는 명문장을 살려내 노랫말을 만들었다. 김 작가는 “나도 아직 보지 못해 그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독백은 가사로, 은유는 직설로

‘맥베스’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각색 능력자’인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맥베스’를 뮤지컬화 하는 데 약 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김 작가는 “대사는 아름답고 훌륭한 말이 많지만 그것을 뮤지컬 형식으론 다 담아낼 수 없었다. 뮤지컬 형식에 맞게 압축시키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김 작가는 “맥베스의 긴 독백을 짧은 노랫말로 바꾸는 작업이 핵심이었다”며 “원작에 많은 은유, 비유적 표현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각색했다”고 했다.

#입체적인 레이디 맥베스(맥버니)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부인)’의 비중을 대폭 늘린 것도 이번 작품의 차별점. 원작에선 특별한 이름 없이 맥베스 부인으로 불리지만 김 작가는 ‘맥버니’라는 이름을 부여해 캐릭터를 강화했다. “레이디 맥베스를 원작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로 각색했다”는 김 작가는 “원작에선 ‘욕망과 파멸’의 이미지였다면 뮤지컬에선 귀엽기도 하고 방정맞기도 하다. 원작보다 인간적이지만 동시에 칼을 다루고 맥베스를 심하게 압박하는 등 무서운 면을 지닌 캐릭터다”라고 예고했다. 공연은 12월 2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이뤄진다.

글·사진 =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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