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쿠폰’은 죄가 없다[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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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돕고, 여행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해오고 있는 숙박업소 할인쿠폰 발급이 곧 중단될 듯합니다. 숙박쿠폰이 숙박업계의 가격 인상을 부추겨 바가지요금을 조장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 때문입니다.

비판의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4년째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명절 등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숙박업소 이용 시 할인쿠폰을 지급해 숙박비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는데, 이를 틈타 숙박업계가 숙박요금을 올렸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정부 예산으로 숙박업소 요금만 올려놨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들어 숙박요금이 오른 건 사실입니다만, 숙박요금 인상이 꼭 숙박쿠폰 발급 때문일까요. 가장 최근 진행했던 이벤트에서 할인 대상 숙박업소의 가격 기준이 ‘5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5만 원 이하를 받던 숙박업소가 쿠폰지급 기간 중 한시적으로 숙박요금을 5만 원쯤으로 올린 경우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수효도 적을뿐더러 기껏 숙박요금을 올렸다고 해도 많아야 5000원이나 만 원쯤이었습니다.

할인쿠폰 발급을 숙박요금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이들은 특급호텔 요금 인상을 걸고넘어집니다. A 호텔 숙박요금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랐는데, 그게 ‘국민에게 지급한 3만 원 숙박쿠폰 발급 때문’이라는 겁니다. 숙박요금 30만 원에서 40만 원이 된 것도 다 ‘숙박쿠폰을 발급해서’라는 식입니다. 월급 빼고는 안 오르는 게 없는 인플레이션의 시기에 그게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일까요.

특급호텔들은 정부가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예약할 때만 숙박쿠폰을 발급해주는 게 불만입니다. 소비자들이 숙박쿠폰을 받고자 너도나도 온라인 여행사로 예약하면서 숙박 판매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호텔 직접 예약 시 숙박쿠폰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건 부정수급 우려 때문입니다.

올 하반기에만 정부가 발행한 62만 장의 숙박쿠폰이 소진됐습니다. 쿠폰 이용 소비자 절반이 ‘숙박쿠폰 발급을 계기로 여행을 계획했다’고 응답했고, 숙박쿠폰 이용자가 한 번 여행에서 쓴 돈도 평균 42만 원에 달했습니다. 정부의 숙박 할인쿠폰 지원이 단순히 숙박업소의 매출을 늘리거나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넘어 여행지 전반의 소비를 진작하고 지역 경기를 덥힌 것입니다. 정책수단의 전환이라면 모를까, 터무니없는 비난에 밀려 정부의 숙박쿠폰 발행이 중단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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