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대중화’ 라고 하는데… 클래식 애호가들은 대중이 아닌가요”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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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스 연광철은 4일 인터뷰에서 “요즘도 하루 3시간은 피아노 앞에서 연습한다”고 밝혔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 내일부터 이틀간 바그너 오페라 공연… 세계최고‘바그너 가수’ 연광철

“대중가수 등과 한무대 안서면
국내선 활동무대 극히 한정적”

한국가곡 독창 1주일도 안돼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 선봬
“온돌방에서 한복 입고 있다가
독일인 옷 입고 출근하는 느낌”


“요즘 성악가들이 다른 분야로 많이 진출하죠. 대중가수와 한 무대에 서기도 하고요. ‘클래식 대중화’라고 하는데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중이 아닌가요?” 4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세계적 성악가 베이스 연광철은 “클래식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데 10~20년 이상 손으로 빚은 도기를 다른 도자기와 한 무대에 세우고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대중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광철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한국 성악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음대를 나와도 다시 유학을 가거나 콩쿠르에 입상해 돌아오는 ‘금의환향’이 주를 이룬다. 2010~2017년까지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던 연광철은 강단을 떠난 배경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성악가들은 각개전투”라며 “한국에서 음대를 졸업해도 음악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20%가 안 된다. 어렵게 졸업한 제자들을 불모지에 보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를 졸업하고 보통 유럽으로 가는데, 내 제자가 실력도 경력도 나보다 안 되는 사람에게 배운다는 사실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연광철은 7일(경기아트센터), 8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자신의 장기인 바그너 오페라를 들려준다. 지난 3일 한국 가곡 독창회를 연 지 일주일도 안 돼 한국 노래에서 독일 노래로 이동하는 셈이다. 연광철은 “한국 가곡은 온돌방에서 한복을 입은 편안한 느낌이라면 바그너 공연은 독일인 옷을 입고 직장에 출근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독일인의 자부심 바이로이트 극장 무대에 150회 이상 서고, 유럽 본토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 3대 테너에 비견되는 최고의 ‘바그너 가수’의 겸손으로 들렸다. 하지만 연광철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 중에도 진짜 한국인처럼 보이는 경우가 몇 없지 않냐”며 “‘이방인’으로서 독일 음악을 하기 위해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들 문화에 젖어 들려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연광철의 남다른 노력은 “가장 모범적이고 정석적인 바그너를 들려준다”는 결실을 거뒀다. “바그너가 기고한 글들이나 그에 대한 논문을 통해 그가 꿈꿨던 세상과 독일 민족에 대한 생각들을 연구했다”는 그는 “베를린, 뮌헨, 쾰른 등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그 동네 말로 노래한다”고 소개했다. 그의 독일어 발음은 현지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는 “독일어는 한국어와 달리 자음이 많아 소리의 울림을 표현할 여지가 많다”며 “발성기관과 두개골에 따라 울림이 다르니 본인이 가장 잘 소리를 울릴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광철은 이번 공연에선 경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춰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주요 아리아를 들려준다. 특히 마지막 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마르케 왕의 독백’과 관련해 “자신의 오른팔인 트리스탄이 새 아내와 사랑에 빠진 모습을 지켜보며 탄식하는 곡”이라며 “안타까운 심리를 알고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베이스는 테너같이 한방이 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밋밋하다고 느낄지 걱정된다”며 “공연에서 바그너를 접할수록 반응도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내년 3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호흡을 맞춰 슈만 ‘시민의 사랑’을 공연하고, 7월에는 독창회를 한다. 하반기엔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 공연이 많아지다 보니 예술행정에 대한 아쉬움도 커졌다. 연광철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정작 상주 오페라단이 없다”고 언급하며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를 할 때 공연장을 따로 대관해야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성악가들이 해외에선 활약해도 한국에선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죠. 개개인의 역량은 좋아지고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못 따라가고 있어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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