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반납하고 감시해도”… ‘해상 국경’ 구멍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7 11:53
  • 업데이트 2023-12-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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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심선박’ 검색 해상 밀입국 단속 감시정(왼쪽)을 타고 출동한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이 6일 부산 영도구 남부외항 인근에서 선박 검색을 위해 배를 옮겨 타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전국에 단 2척 뿐인 ‘밀입국 감시정’ 동행해보니

전과 있는 中 화물선 들어오자
4인 1조 검색팀 사다리로 진입
1시간 동안 배 곳곳 정밀 수색

작년 4월 20년 넘은 선박 배정
19회 수리·점검비용만 1.2억

“도로에 순찰차 1대도 없는 격
인력 보강·단속망 강화 시급해”


부산=강한 기자 strong@munhwa.com, 염유섭 기자

6일 부산 동구 부산항에서 순찰 대기 중이던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소속 출입국 감시정 ‘황옥호’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입국 금지자가 탑승해 적발된 적 있던 중국 화물선 ‘슈팅스타(가명)호’가 부산 남외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전과’가 있는 배는 정밀 검색이 필수다. 인력 부족으로 이날도 비번 검색조원인 최남규 계장과 박정민 반장이 휴일을 반납하고 출동팀에 합류했다.

‘황옥호’는 김승도 선박팀장의 선상 지휘에 따라 부산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던 1500t급 ‘슈팅스타’에 검색을 통보하고 측면에 접촉했다. 조용운 검색조장과 이용우 반장을 포함해 ‘Immigration(출입국관리소)’ 마크를 등에 단 팀원 4명이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 조타실부터 장악했다. 배에 흩어져 있던 선원 10명을 모아 줄을 세운 뒤 승선 명단과 이름·얼굴·탑승 일자 등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어둡고 좁은 선내 통로를 따라 선실·창고·엔진룸 등 배 곳곳을 1시간가량 들추고 검색했다. 밀입국자, 이탈 선원 등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적발된 배는 해상에 묶어두거나 선주에게 벌금 등의 처벌을 가한다. 조 조장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옥호처럼 해상 국경을 통해 밀입국하는 외국인을 단속하는 역할을 하는 출입국 감시정은 전국에 단 2척뿐이다. 이마저도 20년 이상 된 노후정인 데다 단속 인력도 부족해 현장에서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입출항 선박 수를 고려하면 2척으로는 국경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이 설치된 항만은 19곳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감시정은 부산의 황옥호를 포함해 인천의 ‘초지진호’ 2척밖에 없다. 황옥호와 초지진호는 평소 내외항을 순찰하다가 의심 선박에 탑승해 검색하고, 불법체류 다발 국가 소속 배나 선원이 입항한 경우에는 미리 특정해 집중 심사를 한다. 지난 1년 6개월간 중범죄자 8명을 포함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자 119명을 적발했다.

그러나 현장은 ‘배·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부산 지역의 경우 황옥호 1척으로 순찰을 돌다 보니 4개항 중 거리가 먼 신항과 다대항 순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데다 ‘교대 순찰’이 불가능해 주 3∼4회만 감시정을 운용하고 있다. 단속 인력도 부족해 24시간 감시·단속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주말과 평일 며칠은 단속을 못 하고 있다. 대원들은 “24시간 항만 국경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고 외국인 범죄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이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전국 도로와 골목에 순찰차가 1대도 없는 것과 같다”며 “인력 보강과 단속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전 문제도 있다. 20년 이상 된 노후정은 원래 폐기 대상이다. 황옥호는 현재 전산 오류로 계기판에 이상 점등이 반복 발생하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순찰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1년 6개월간 19회 수리·점검을 받아 소요된 비용만 1억2000만 원이다. 초지진호도 같은 기간 22회 수리·점검을 받는 데 1억1100만 원을 들였다. 현재 법무부는 감시정 확대를 위해 신규 감시선 설계비로 내년도 예산 2억2800만 원을 책정해 국회 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속도로는 빨라도 2027년에야 새 감시선 1척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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