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동맹, 21세기 ‘골든에이지’ 함께 연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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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조선을 서양에 처음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은 10년 넘게(1653∼1666) 조선에 체류했으나 주로 전남 강진·여수 등지에 억류돼 있었다. 당시 조선은 병자호란 후 전국이 피폐해 하멜 일행이 가져온 머스킷 총 등 네덜란드의 선진 문물과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6·25전쟁에 5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주요 격전지인 강원 횡성·원주·인제 등지에서 국군과 함께 싸웠고, 1961년에 양국이 정식으로 수교해 지금까지 우호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아울러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제1위 투자국으로 우리의 든든한 경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양국은 반도체 동맹을 확고히 구축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노광장비 세계 1위 ASML을 비롯해 증착장비를 생산하는 ASM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을 보유한 나라로, 우리나라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다.

이번 순방을 통해 ASML은 향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1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 연구시설을 우리나라에 건립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와는 친환경·저전력 반도체 제조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앞으로 3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내에 조성될 예정인데, 네덜란드와의 협력은 국내 제조 기업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이외에도 첨단 반도체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하고, 정부 간 협력 채널을 신설하는 등 반도체 가치 사슬의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하게 됐다.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주요국의 산업전쟁 한가운데 놓여 있다. 군사안보 및 경제안보 측면에서 우호국 간의 공급망 연대는 산업 발전의 필수 요건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설계 분야를 주도하는 미국·영국에 이어 소재·부품 분야를 선도하는 일본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 바 있으며,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통해 반도체 장비 분야 최첨단 국가와 반도체동맹 네트워크를 완결했다.

네덜란드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며, 2050년까지 70G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발표하는 등 무탄소 에너지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순방을 통해 이러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기반을 마련한 점도 중요하다. 또, 원전 건설·기술·인력 및 연료 등 전 주기에 걸친 협력과 수소·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에 함께 이바지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 주요 기업이 참석하는 대규모 비즈니스 포럼이 최초로 열렸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디지털,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농업,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유망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에 공동 연구, 공급망 파트너십 강화, 인력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협력이 기대된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 간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응, 파격적인 도전 정신을 발휘해 해외시장 개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수적인 생존 요건이며 번영의 주춧돌이다. 17세기 전반 네덜란드의 최전성기를 ‘더치 골든 에이지(Dutch Golden Age)’라고 일컫는다. 이번 순방을 통해 다져진 네덜란드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과 국민이 21세기의 ‘코리안 골든 에이지’를 실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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