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아’와 ‘따아’의 전쟁[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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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한가운데 있으니 ‘얼죽아’가 아닌 한 ‘아아’를 마실 일은 없다. 그런데 ‘아아’의 반대말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가리키는 ‘뜨아’와 따뜻한 그것을 가리키는 ‘따아’가 경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뜨아’가 더 많이 쓰이지만 ‘따아’도 만만치 않다. 커피는 뜨거워야 하는가, 아니면 차가워야 하는가. ‘뜨겁다’와 ‘따뜻하다’는 물리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가?

액체의 온도를 표현하는 말은 ‘차다-미지근하다-따뜻하다-뜨겁다’의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단계는 물리적 온도가 아닌 사람의 느낌에 기댄 것이니 그 기준을 사람의 체온인 36도 정도에 두는 것이 좋겠다. 따라서 미지근함과 따뜻함의 경계는 이 체온이 될 수 있다. 따뜻함과 뜨거움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온도가 경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0도 이상의 물은 1초만 피부에 닿아도 따가우니 이 어름이 경계가 될 것이다.

사전을 보면 ‘따뜻하다’는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로 정의되고 ‘뜨겁다’는 ‘손이나 몸에 상당한 자극을 느낄 정도로 온도가 높다’로 정의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심한 자극에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아니라면 ‘뜨아’를 마실 이유가 없다. 뜨거운 액체는 입안은 물론 식도까지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의사들도 너무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을 말린다.

커피가 아닌 사람이라면 ‘뜨거운 사람’과 ‘따뜻한 사람’ 중 어느 편이 좋을까? 젊은 시절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따뜻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따뜻하다’의 두 번째 뜻은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이니 더더욱 그렇다. 뜨거움은 곧 식어서 따뜻함이 되고 따뜻함은 꽤나 오래 지속된다. 커피나 차는 따뜻해야 천천히 오래 머금어 맛과 향을 느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물리와 느낌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따아’가 승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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