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건설 혁신 방향과 LH의 책임[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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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중앙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건 이후 수년간 LH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LH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아직도 LH에 혁신할 거리가 남아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혁신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과연 LH의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도 든다. 정부가 여러 차례 LH 혁신안을 발표하고, 그에 따라 LH에서 내부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LH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또 다른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핵심은 공공주택 건설 분야에서 민간과의 협력과 건설 관련 업체 선정 권한 이관으로 요약된다. 민간이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LH가 그동안 독점하다시피 했던 공공주택 공급자 위치에서 내려와 민간과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민간과의 협력·경쟁 과정에서 민간이 제시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축적된 경험은 공공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민간의 사업 참여로 인해 분양가가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건설 관련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 등 타 기관에 이관하는 방안은 LH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건설업 전반에 걸친 입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또한 공공 발주기관의 핵심 기능인 공사 감리·감독 권한이 타 기관에 이관됨에 따라, 발주기관으로서 실효성 있는 공사 감독이 가능할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LH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LH의 권한 내려놓기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보지만, 오히려 공공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LH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것도 분명하다.

건설업의 입찰 관행을 근원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LH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건설업 전체가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LH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조달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등의 공공 발주기관이 입찰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철저하게 입찰 과정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높은 시공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아울러 민간 발주기관과 협업하여 건설산업연구원(Construction Industry Institute)을 설립하는 등 올바른 건설 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설업의 뿌리 깊은 입찰 비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공공 발주기관으로서 LH의 역할을 강화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나라의 건설 문화는 발주기관이 만들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H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 발주기관이자 국민의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해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모범적인 공공기관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공정하고 투명한 건설 문화가 정착하는 데에도 LH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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