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적” 협박과 친북세력 환상[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2 11:51
  • 업데이트 2024-01-12 11:54
프린트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前 주파키스탄 대사

북한 김정은은 지난 11일 ‘대한민국 족속들을 주적(主敵)’들 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단정하면서 자신들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면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면서 “핵 무력을 포함하여 남조선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5∼7일에는 사흘 연속 서해상 완충 구역에서 포사격을 했다.

이런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공산화 통일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북한에는 남북한이 당사자가 돼 한반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민족자결 원칙은 없고, 남북한 민족이 단결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는 민족해방 투쟁만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100여 년 전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은 전쟁과 폭동 등으로 기존 체제를 무너뜨려 세계 공산화를 노렸지만, 위기에 처하면 화해를 구걸했다. 러시아 율리우스력으로 1917년 10월 25일 볼셰비키혁명으로 수립된 소비에트 정권이, 경제적 파탄과 군대의 사기 저하로 제1차 세계대전의 교전국인 독일과 더는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위기에 빠졌을 때다. 소비에트 정권의 존립 위기를 맞은 협상파 레닌은 1918년 3월 3일 자기 정권에는 지나치게 가혹할 정도의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독일 등과 체결했다. 이 조약의 가혹성은 △유럽 영토의 절반 △인구 5600만 명 △석탄산업 90% △철강산업 70% △산업 54%와 △철도 26%를 빼앗기고 △60억 마르크의 배상금을 금으로 지급하는 것이었다.

레닌은 굴욕적인 결과를 맞게 될 독일 등과의 협상을 앞두고 이렇게 선언했다. “현재 우리보다 강한 적(敵) 앞에서 싸우겠다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일 뿐만 아니라, 혁명적인 일이 아니다”라면서 “적에게 유리한 게 분명하고 우리 측이 불리한데도 전투를 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명확하게 불리한 전투를 피하기 위해 타협을 할 수 없는 혁명계급의 지도자는 쓸모가 없다.”

8개월 후 11월 9일 독일제국이 붕괴되자 소비에트 정권은 그 나흘 뒤 조약의 무효화를 선언, 파기하고 유럽 내 이전의 러시아 영토 대부분을 회복했다. 1922년 11월부터는 외세로부터의 ‘민족해방’ 및 봉건 잔재와 싸우는 ‘인민민주주의 혁명노선’을 핵심으로 하는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전술로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이 지배하던 동아시아 식민지들의 공산화를 추진했다.

레닌의 교시대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남측에서의 공산당 활동 자유화를 통해 남한의 민주 체제를 전복해 한반도를 김일성 왕조의 지배 아래 두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을 도우면 정권도 변할 것이라며 ‘햇볕’ 타령을 하던 좌편향 인사들은, 2000년 북한을 방문한 후 김정일이 “휴전선 비상사태 때 주한미군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북한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만약 북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대통령의 정신을 되살리자고 주장한다. 그들 중에는 2018년 4월 27일 회담 후 김정은이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거짓을 전한 대통령도 있다. 그것이 거짓으로 확인된 지금 국민 앞에 반성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

체제 존립 위기에 빠진 레닌처럼 김정은의 도발 태도를 바꾸게 하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김정은도 선제공격을 받거나 즉각 반격을 받아 절멸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공포의 균형’에 의한 억지력으로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상을 알 수 있도록, 특히 3대 세습에 충성도가 높지 않은 40대 이하 젊은이들에게 외부 정보가 계속 유입되도록 하는 노력을 강화해 북한의 수령체제 붕괴를 추진하는 공세적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前 주파키스탄 대사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