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기는 ‘여권 내 환호’ … ‘대통령의 與 지배’ 극복해야 중도 확장[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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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한동훈 현상’의 겉과 속

개인 지지율 상승 불구, 정당 지지도·정부 지원론은 답보 상태… 친여권 내 韓 비중만 커져
윤심 개입 배제 혁신공천으로 수평적 당정관계 만들어야 진짜 ‘한동훈 효과’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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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중적 인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동훈 현상’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확실한 ‘한동훈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한 위원장의 개인적 인기는 오르고 있지만, 정당 지지도나 총선에서의 정권 지원론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한다면 한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동훈 개인의 지지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 위원장이 개인적 인기보다 총선 승리에 주력해야 할 이유다.

◇‘인기’의 겉과 속

한국갤럽은 응답자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는 항목을 주관식으로 묻고 있다. 선택지 없이 응답자가 직접 언급하는 설문을 받으면 언론에 노출이 많은 인물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사실 한 위원장의 지지율 상승에는 엄청난 언론 보도량도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일보를 검색해보면 그의 취임일인 지난 12월 26일부터 1월 15일까지 단 하루(1월 8일)를 빼곤 날마다 기사 제목에 한 위원장이 등장한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2월 1주 조사와 올 1월 2주 조사를 비교해보면 한 위원장의 지지 상승의 원인과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1개월 사이에 한 위원장의 지지가 16%에서 22%로 6%포인트 상승한 것에만 주목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9%에서 23%로 4%포인트 비슷하게 증가했다.(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차기 대권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한 달 사이에 43%에서 38%로 줄어들면서 양당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다.

중립 성향의 응답자들 가운데서는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지지율 상승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적으로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지지는 2∼3%포인트의 증가로 오차범위 내에 있다. 무당층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아주 미미하다. 한 위원장 지지율 상승은 대부분 ‘친여권’ 집단 내에서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중도 확장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따라서 새해 들어 한 위원장이 전국의 지역별 신년 인사회 현장에서 받았던 대중의 환호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 공천을 앞두고 지역의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이 사력을 다해 조직을 동원해 한 위원장을 환영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수직 구도

정치권에 주목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면 ‘관심-기대-평가’라는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전에도 참신성을 기반으로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정치인들이 다수 있었다. 기업인 출신인 문국현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그리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그랬다. 기존 정치에 혐오를 느낀 대중은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정치개혁을 기대했다. 언론 역시 신인 정치인의 긍정적인 모습에 주목하며 밀월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평가 단계에 이르면 기존 정치의 폐습을 극복한 정치 세력화라는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모두 실패했다.

한 위원장은 신당 창당이 아니라 거대 여당의 대표로 정치에 데뷔했다는 점에서 과거 주목받던 정치인들과 다르다. 그런데 정치개혁을 위해 기존 정당체제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 시 세비 환수 등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들이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는 아니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은 ‘대통령의 여당 지배’라는 권력의 수직 구도화를 깨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당은 대통령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적 처지에서 벗어난 일이 없다. 이번 정부에서도 여당이 용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법무부 장관 출신이 집권당 비대위원장이 된 것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당정 관계에서 여당이 자율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은 공천 개혁이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30% 중반으로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보다 우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니라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 구도로 가져가야 승산이 있다.

◇혁신 공천이 답

결국 공천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절대적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공천을 실현하면 대통령과 여당의 수직 구도는 수평적 관계로 바뀌는 계기를 갖게 된다. 친윤 정치인들과 장·차관 및 대통령실 출신 후보자들을 여권의 텃밭에 전략공천 하는지 국민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당내 경선을 대폭 확대해서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만일 국민의힘의 공천이 친윤 후보들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된다면 한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라는 오명 속에서 총선 패배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충성스러운 인물들을 국회에 진출시키고 싶은 이유가 있다. 여당 의원들은 4월 총선 이후로는 대통령의 영향권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게 된다. 23대 총선(2028년)은 윤 대통령의 퇴임 후여서 눈치 볼 일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 이후로도 국정 지지율이 저조하다면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레임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기 말은 물론 퇴임 후에도 자신을 보호할 정치세력을 형성하고자 하는 건 어쩜 본성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은 대통령의 미래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보고 혁신 공천을 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를 높이는 것에서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신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계급장 떼고 맞짱 토론하는 것도 시험해볼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잇단 ‘도발’에 무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한 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 맞짱 토론이라도 벌인다면 국민에 보수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리고 정치인 한동훈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기득권 포기를 수없이 요구하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한 명 없는 신당 창당 주역과 맞짱을 뜬다면 그것 자체가 기득권 포기의 실천일 수 있다.

◇현상에서 효과로

한 위원장은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것이라며 소통의 정치를 강조했다. 대중의 환호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언론과 소통하고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혁신 공천으로 정치개혁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한동훈 현상은 중도 확장이라는 한동훈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중간평가’란 사전적으로는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그 일의 가치와 성과 등을 평가하는 것.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을 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현상’은 사물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실재’와는 대비됨. 유명 인사의 이미지나 활동 등으로 현재 가치를 뛰어넘는 미래 가치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될 때 ‘OOO 현상’이라고 쓰임.

■ 세줄요약

‘인기’의 겉과 속 : 한동훈 지지율 상승은 대부분 ‘친여권’ 집단 내에서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어서 중도 확장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어. 지역별 신년 인사회 현장에서 받았던 대중의 환호는 ‘착시’ 현상에 가까워.

권력의 수직 구도 : 최대의 정치개혁은 ‘대통령의 여당 지배’라는 권력의 수직 구도를 깨는 것.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가져가는 게 숙제.

현상에서 효과로 : 대통령의 영향력을 극복하는 노력 속에서 수평적 당정관계가 만들어져.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혁신 공천으로 정치개혁 비전을 제시해야 한동훈 현상은 ‘중도 확장’이라는 한동훈 효과로 나타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