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선 개입 공작에 총력 대응할 때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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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2018년 영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스파이와 배신자’는 냉전 당시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스파이였지만 영국 정보기관인 MI6에 협조한 올레크 고르디옙스키(1938∼ )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여기엔 KGB가 1983년 영국 총선에서 눈엣가시 같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의 재선을 막기 위해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는 고르디옙스키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한 MI6에 의해 공작이 무산되고 재집권함으로써 ‘영국병’ 치유에 성공하고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손잡아 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한다”며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공공연히 도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원칙을 분명히 했으며, 정부도 북한의 움직임이 4·10 총선을 겨냥한 ‘남남분열’ 심리공작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대응팀을 꾸렸다고 한다. 선거철마다 부는 ‘북풍(北風)’에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선거 개입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1987년 KAL-858기 폭파, 1992년 강원 철원 무장공비 침투, 1997년 부부간첩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은 선거를 앞둔 대표적인 도발 사례다. 1997년 ‘총풍 사건’은 남북이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함께 공작한 흑역사다. 통일부는 2012년 대남 선전전, 2016년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2020년 탄도 미사일 연쇄 발사 등을 총선 개입 선전활동으로 꼽는다. 김정은이 2012년에 내놨던 ‘대남명령 1호’나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틀 앞두고 발표된 “남조선의 진보애국 역량은 강력한 투쟁으로 보수패당(한나라당)의 독재통치의 집권연장 기도를 저지·파탄시켜야 한다”는 ‘우리민족끼리’의 사설 등은 아예 노골적이었다.

북한 대남 심리공작이 우리 정치에 끼치는 영향을 지표·지수화한 자료는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적성국의 선거 개입 특징과 그 파급력을 정량화한 ‘영향력 공작·확대 지표’를 발표한다. 미 의회는 선거 개입 예상 국가로 러시아·중국·이란과 더불어 북한을 지목, 정보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도발과 심리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대남 침투 공작원들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직파 간첩이 줄어든 반면, 자생 및 토착 간첩을 육성하는 신규 공작으로 바꿨다. 이들은 확신범을 가장해 반국가활동을 하기 때문에 심증은 가지만 물증 확보가 어렵다. 합법적인 신분으로 국회 등 정치권에 접근하는 직장인 스타일이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 어떤 장난을 칠지는 가늠키 어렵다. 냉전 당시 MI6가 KGB에 심어놨던 고르디옙스키 같은 존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나마 지난 정부의 정보사 공작관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으로 대북 휴민트가 붕괴돼 우려가 크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이 해법이겠으나 그럴 겨를이 없다. 정파적 이해를 따질 일이 아니다. 국방부와 통일부·경찰·검찰·방첩사·정보사·국정원 등 대공 전선이 총결집해야 한다. 소련의 대처 총리 제거 공작이 성공했다면 KGB의 끄나풀이나 다름없던 노동당 당수가 총리가 됐을 것이고, 역사는 뒷걸음쳤을 것이란 가정은 총선을 앞둔 지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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