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갇힌 30·20대 소방관…결국 주검으로 돌아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4층 높이 육가공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뉴시스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고립된 구조대원 2명이 모두 숨진채 발견됐다. 순직한 대원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모(28) 소방교와 박모(36) 소방사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일 오전 4시 14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화재 진화 도중 고립됐다가 숨진 구조대원 1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1분쯤에는 화재로 붕괴된 건물의 3층 바닥 위에서 또 다른 구조대원의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발견 당시 두 구조대원은 서로 5∼7m 거리에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하기로 했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고립됐던 구조대원들이 똑같은 복장을 하고 투입돼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분명한 건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화재를 진압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4층 높이 육가공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뉴시스

경북 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31일) 오후 7시 47분 화재 신고가 접수돼 10분 만에 현장에 소방차가 도착했으며, 오후 8시 25분 대응 1단계가 발령된 데 이어 오후 8시 49분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소방 당국은 문경 인근 6개 소방서에서 소방 인력 79명과 장비 35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큰 불길은 이날 0시 20분쯤 잡혔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각각 임용됐다. 이들은 같은 팀 대원 2명과 4인 1조로 건물 3층에서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하던 중 불길에 휩싸이면서 고립됐다. 탈출 직전 화염이 급격히 확산하자 계단을 통해 대피하려 했으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소방 당국은 계단실 주변 바닥층이 무너진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색 과정에서도 건물 일부가 한 차례 붕괴하는 탓에 대원들이 긴급 탈출 후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에야 재진입해야 했다. 소방청 주관 아래 공식적인 장례 절차가 치러질 예정이다.

불이 난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연면적 4천319㎡, 4층 높이 건물로 2020년 5월 사용 허가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