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국내 대중화’ 절실하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2 11:39
  • 업데이트 2024-02-02 11:47
프린트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20세기 정보화 혁명에 견줄 만한 새로운 기술혁명이 기후변화와 탈탄소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빌리티와 신에너지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박람회(CES)는 이런 혁신 트렌드를 잘 보여줬다. CES가 더는 정보기술(IT)에 머물지 않고 최첨단 모빌리티 전시회로 변모하고 있었다. 굴착기와 트랙터 등 다양한 용도의 전기차뿐만 아니라 목적기반차량(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같은 미래 혁신 차량들이 탈탄소 에너지 기술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빌리티 혁신과 신에너지 기술을 이끄는 선두 주자는 단연 전기차와 배터리다. 선진국 전기차 시장이 초기 보급 단계에서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자동차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혹한의 겨울을 보내야 하는 노르웨이의 전기차 보급률은 87%에 달하는 한편, 이웃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됐고 이제 전기차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포드와 GM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국내 배터리 3사는 1000조 원에 이르는 수주 잔고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시장(중국 시장 제외)에서 1위를 달린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수용성이 여전히 높지 않아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30%가 넘었다. 그런데도 국내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3.5%나 줄어들었다. ‘캐즘(Chasm)’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전기차 업황 부진이 부각되고, 전기차 화재와 충전 불편을 이유로 지금은 전기차를 살 때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우선, 전기차 업황은 단기적으로는 업앤드다운이 있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올해 전기차 업황 부진이 부각되지만, 블룸버그BNF는 19.2% 성장(1600만 대 판매)을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세계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30년에는 40%가 될 것으로 본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도 내연 차량보다 낮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2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발생 비율은 0.01% 수준이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발생 비율 0.02%의 절반에 해당한다. 충전기 보급 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2대 정도로 중국(8대), 세계 평균(10대), 유럽(13대) 등을 크게 앞선다. 다만,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17대 수준이다. 국민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급속 충전기 보급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전기차 생태계 투자와 인프라 구축도 늦어지고 글로벌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사용의 편의성과 기술력을 높여 국민의 전기차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20세기 정보화시대에 IT 강국으로 발돋움한 성공 유전자(DNA)가 있다. 초고속 통신망 등 정부의 신속한 인프라 구축과 민간의 대규모 투자, 그리고 우리 국민의 높은 수용성(early adopter)이 하나로 결합해, IT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떠올랐다. IT 강국을 만든 우리나라 성공 DNA를 접목해, 우리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