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여행’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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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이 신년 벽두에 이른바 ‘반값여행’을 선언했습니다. 올 한 해 강진을 여행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여행비 절반을 지역 상품권 등으로 되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이 사업을 위해 강진군은 70억 원을 마련했고, 여기다 30억 원을 보태서 올 한 해 100억 원 예산을 투입하겠답니다.

고물가로 여행 한번 가기도 쉽잖은 상황에서 반값여행이라니. 소비자는 솔깃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진군이 서울 특급호텔에서 대대적인 반값관광 선포식까지 치르자 온통 찬사 일색입니다. ‘파격적인 비전’이란 평가도 있고, ‘다른 지자체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반값여행이 ‘덤핑’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정상가격을 받는 인접 지자체에 혹 피해는 가지 않을까요. 반값으로 여행해 본 이들이 제값을 받을 때도 찾아올까요. 반값여행이 지역 여행 물가를 올려놓지는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은 재정자립도 7.6%로 전국 최하위인 지자체가, 태반이 중앙정부 재정교부금인 예산을 그런 식으로 써도 괜찮은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반값여행은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일본도 여러 번 쓴 적 있는 정책 수단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좀 다릅니다. 강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일본은 지진 등 재해피해를 본 지역 여행에 한정해 일시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긴급지원이 필요한 재난 상황의 지자체’를 지원한다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는 겁니다.

강진이 반값여행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한 달 살기’의 성공 경험이 있는 듯합니다. 요즘 지자체마다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한 달 살기’의 원조는 강진입니다. 파격적 예산 지원으로 저렴하게 장기여행을 할 수 있게 되자 여행자들이 몰려들었던 겁니다. 지금의 ‘반값관광’과 비슷합니다만 명분은 좀 다릅니다. 한 달 살기는 여행소비자의 여행 방식을 바꾸는 시도였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한 달 여행을 감행하도록 유인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원은 필수였을 거란 얘기입니다. 과연 반값여행이 이 정도의 명분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모든 지자체가 ‘반값여행’을 벤치마킹해 경기를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반값여행의 명분은 지방 소멸의 극복과 지역 경기 활성화입니다. 과연 예산을 쏟아부어 모든 국민을 반값으로 여행 다니게 해주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숙박비를 깎아주는 ‘숙박대전’처럼, 언제부턴가 정부의 주요 정책 수단이 ‘돈 쓰기’가 돼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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