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 설득’ 진정성 없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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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올 들어 對美 전방위 공들이기
지난 11월 정상회담 후속 조치
군사회담 나서고 고위급 방미

세력 균형 위해 러시아와 협력
성장률보다 성장량 궤변 불사
솔직함과 진솔함 없이는 실패


지난 한 달 동안 중국은 ‘미국 공들이기’에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미국 측의 필요조건을 발 빠르게 충족시켰다. 그리고 APEC 회의 이후 미 의원 방문단이 1월 말에 대만 방문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자제했다. 1월 27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또 한 번의 마라톤회담을 방콕에서 가졌다. 미국이 이제 막 대선 정국에 돌입해 새로운 지도자 선출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중국의 미국 공들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경제 불황과 난관에 직면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샌프란스시코 APEC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제시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려는 행보를 가속했다. 우선, 군사 고위급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눈에 띄었다. 고위급회담은 APEC 회의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21일에 열렸다. 양국의 합동참모의장이 화상 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1월 10일에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정책 조율회의에도 참석했다. 올봄에는 조건으로 내건 마지막 군사해양협의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이 요구한 펜타닐 유통 방지와 마약 퇴치와 관련한 회담도 예정대로 지난달 31일 개최해 성의를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올 상반기에 계획된 중국과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회담 참석이다.

중국의 미국 공들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월 8일 중국공산당은 류젠차오(劉建超) 대외연락부장을 미국에 파견했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미국 방문은 2010년부터 개최된 양국 정당 대화에 배석하는 것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은 2015년이다. 단독 방문은 전혀 없었다. 류 부장의 방미가 이례적인 이유다. 그는 닷새 동안 미국을 순방하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존 파이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외에도 전직 미국 고위 인사 및 전문가를 만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와 대기업 대표들과도 자리를 같이했다. 지난달 27일 왕 외교부장은 설리번 보좌관과 방콕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들 군사 대화에서부터 설리번-왕 회담에서 드러난 중국 측의 요구는 일관적이었다. 중국을 ‘믿어 달라’는 것. 이를 경제와 안보 두 가지 측면에서 강조했다. 안보와 관련해 중국 측은 기존의 국제질서, 국제규범, 국제법과 제도를 수정할 생각과 계획도, 의지와 의도도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은 세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세력 균형을 통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노력의 일환임을 역설했다. 대만 문제에서는 종전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재강조했다.

경제와 관련해 중국 측은 중국의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 경제가 성숙하며 건전하므로 외부의 비관론을 일축하려 했다. 가령, 중국의 낮은(?) 성장률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논리는 중국이 지난해 달성한 5.2%의 성장률이 경제 총량(economic aggregate)의 관점에서 GDP가 전년 대비 9000억 달러 상승한 것이다. 이는 10년 전 7.7%의 성장률로 6600억 달러가 상승한 것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의 1% 성장률이 10년 전의 2.1%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즉, 지난해 5%의 성장률이 10년 전의 10%대에 육박한다는 논리다. 최소한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중국이 반(反)간첩법, 국가안보법, 정보법 등을 채택한 이유도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백문불여일견’이라며 미국 측에 투자와 경제 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중국의 노력은 빈말일 뿐이다. 중국의 세력 균형, 경제 총량의 법칙, 법치주의 등에 가미된 논리로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궤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미국이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 2개를 새겨들어야 한다. 솔직함(frank)과 진솔함(candi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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