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천 논란’ 이 되레 득 됐나… 권향엽, 압도적 표 차이로 경선승리

여성 정치인 가점 25%에도
초반 상대 후보에 크게 밀려

지난해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민주당 4·10총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로 확정되면서 ‘사천 논란’이 되레 당심 결집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8일 지역 정가와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권 전 비서관은 지난 16일 치러진 현역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에서 2배 이상의 압도적 표 차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초 이 지역구를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 서 의원을 공천 배제하고 권 전 비서관을 전략공천했다. 그러나 그가 김 씨를 보좌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천 논란’이 확산하자 기존 방침을 뒤집고 경선을 진행했는데, 되레 이 점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권 후보도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당에 ‘단수 공천 철회와 경선’을 요청하며 정면돌파에 나섰고, 결국 서 의원과 4년 만에 경선 리턴매치에서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재명의 사람’으로 당원들에게 각인되면서 홍보 효과를 누려 주류인 ‘개딸(개혁의딸)’ 표심 결집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권 전 비서관은 경선에서 여성 정치인 가점 25%를 받았으나 낮은 인지도 탓에 지난 1월 31일 발표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서 의원에 지지율이 2배 이상 밀렸다. 실제 경선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가산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권 전 비서관은 광양 출신으로 민주당 여성국장, 김대중 정부 행정관과 문재인 정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다. 그가 경선을 통과하면서 46년 만에 전남 첫 여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될지에도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 전 비서관은 전남 지역 10곳 중 본선 티켓을 따낸 유일한 여성 후보다. 1948년 첫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전남 지역 여성 국회의원은 8∼10대(1971~1981년)를 지낸 김윤덕(3선·당시 신민당) 전 의원이 유일하다.

권 전 비서관은 3선 의원 출신인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하게 됐다. 이 후보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광주·전남에서 보수정당 출신 첫 지역구 의원을 지낼 정도로 경쟁력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호남에서만 19대(곡성군·순천시 재보궐선거) 및 20대(순천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김성훈·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