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수술 더 연기될까 걱정… 환자 살리는 대화 나서길”

환자단체 “의협 강경태도 우려”
의료진들도 “업무 피로 한계”

전공의 집단 이탈 6주째인 25일 현장을 지키던 교수들마저 사직서 제출과 진료 축소에 나서면서 환자들은 계속될 의료 공백에 피로감과 걱정을 호소했다. 정부가 전날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수·의사 단체들은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더 이상 희망 고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수술·진료 축소 가능성에 걱정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이날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김모(34) 씨는 “진료를 보는 교수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해 이 상태로 계속되다가는 내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빨리 나서는 것이 교수도 환자도 지키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4월 둘째 주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환자 A(59) 씨는 “종양이 커져 수술이 빨리 필요한 상황인데 연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불안하다”며 “만약 취소된다면 수술을 언제 할 수 있을지, 어떤 병원을 다시 알아봐야 할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의료진과 정치권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의대 교수들과 의협 간부들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대화가 환자들에게 더 이상 희망 고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도 좋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먼저 얘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의료 공백 사태에 의료진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계속되는 당직과 새벽 근무로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 부산대병원 교수의 사망이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한 과로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며 심리적 충격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간호사는 “간호사들도 무급휴가 등 정상적인 근무가 이뤄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데 불만이 차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